정명훈 두 번 놀라게한 소년의 연주
지난달 26일 대원음악상 시상식에 참석한 지휘자 정명훈은 신인상 장려상 수상자인 더블 베이스 주자 성민제(18)군의 연주를 듣고 두 번 놀랐다. 보통 낮고 무겁고 둔중한 악기로 알고 있는 더블 베이스로 화려한 기교와 리듬감이 돋보이는 '카르멘 판타지'를 얼마든지 연주할 수 있다는 점, 연주의 주인공이 10대 소년이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다음날 서울시향 사무실에 들른 정명훈은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소년과 빨리 협연 일정을 잡으세요."
지난해 10월 '금호 아시아나 솔로이스츠' 창단 공연에서 성민제군과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이유라(23)씨도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이씨는 이미 11세에 세계적 매니지먼트 회사인 IMG와 계약을 맺은 것으로 유명한 독주자다. 하지만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주로 연주되는 헨델의 '파사칼리아'를 성민제군이 첼로 대신 더블 베이스로 거뜬히 협연해내자, 이씨는 "제가 오히려 연습을 해야겠네요"라며 혀를 내둘렀다.
"남들이 모두 하고 있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옷이든, 안경이든, 음악이든."
왜 더블 베이스인지 묻자, 서울 구의동의 지하 연습실에서 만난 성민제군의 대답은 명쾌했다. 그는 "더블 베이스도 광범위한 영역을 갖고 있는데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는 것 같아 답답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금호 아시아나 솔로이스츠' 창단 공연에서 성민제군과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이유라(23)씨도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이씨는 이미 11세에 세계적 매니지먼트 회사인 IMG와 계약을 맺은 것으로 유명한 독주자다. 하지만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주로 연주되는 헨델의 '파사칼리아'를 성민제군이 첼로 대신 더블 베이스로 거뜬히 협연해내자, 이씨는 "제가 오히려 연습을 해야겠네요"라며 혀를 내둘렀다.
"남들이 모두 하고 있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옷이든, 안경이든, 음악이든."
왜 더블 베이스인지 묻자, 서울 구의동의 지하 연습실에서 만난 성민제군의 대답은 명쾌했다. 그는 "더블 베이스도 광범위한 영역을 갖고 있는데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는 것 같아 답답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다른 더블 베이스 연주자보다는 오히려 바이올린이나 첼로를 보면서 테크닉을 연구한다고 했다. "아직 독주 연주자로서 더블 베이스를 완벽에 가깝게 표현해내는 분은 없는 것 같아요.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가끔씩 하죠." 말수는 적었지만, 또박또박 했고 당찼다.
성민제군은 15세에 곧바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한 뒤, 2006년 독일 슈페르거 국제 콩쿠르와 지난해 러시아 쿠세비츠키 콩쿠르에서 잇따라 1위를 차지하며 '더블 베이스 신동(神童)'으로 일찌감치 주목 받았다.
서울시향 단원인 아버지 성영석씨와 동생인 성미경(15)양까지 모두 같은 악기를 연주하는 '더블 베이스 가족'이다. 아버지가 이 악기를 시작할 당시 더블 베이스에 대한 인식은 높다고 볼 수 없었다. "'왕 기타'나 '킹콩 기타'라는 놀림도 받고, 악보를 사러 가도 바이올린이나 첼로용은 잔뜩 쌓여 있는데 더블 베이스 악보는 한숨 나올 정도로 적고, 어떤 지휘자는 더블 베이스 쪽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죠. '악기'보다는 '가구'에 가까운 대접을 받았다고 할까요."(성영석씨)
그 푸대접을 아들이 대신 씻어주고 있으니, 이 아버지의 표정에서 웃음이 가시지 않는 것도 당연해 보였다.
성민제군은 내년 2월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후에 독일 뮌헨 음대로 진학해서 유럽에서 더블 베이스의 가능성을 다시 실험해보고 싶다고 했다. 오는 7월 10일에는 금호아트홀에서 독주회를 갖는다.
[김성현 기자 danpa.chosun.com]
[정남이 인턴기자 n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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