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목대피소까지 마지막 봉우리인 연하봉을 오른다
연하봉 1,721m
드디어 2일차 최종 목적지인 장터목대피소에 도착
저녁을 먹고 있으니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구름들로
멋진 노을이 비친다
이런 그림은 난생 처음으로 일출보다 더 멋진 장관을 연출한다
해가 모습을 감출 때까지 한동안 넋을 잃고 노을을 바라보았다
일행 모두 잠자리에 들어간 시각
늦은 시간까지 밤을 즐기는 산객들이 제법 되었다
아마도 저 멀리 불야성을 이루는 곳이 진주시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 날인 3일차에도 역시나 날씨는 좋았다
새벽 2시부터 일출을 보기 위해 출발하려는 산객들로 어수선한 분위기의 대피소
매번 헤드랜턴에 의지해 캄캄한 모습만을 봐왔기에
우린 일출과 천왕봉까지 이어지는 지리산의 속살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 늦게 출발했다
다행히도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파란 하늘을 천왕봉에서 맞이할 수 있었다
정말로 큰 행운이었다
3일차 / 약 8.5Km
장터목대피소~제석봉~통천문~천왕봉~법계사~로타리대피소~두류생태학습원~중산리시외버스정류장
아침 중산리 방향으로 운해가 펼쳐졌다
지리산에서 세 번째 높이를 자랑하는 제석봉(1,806m)에서...
뒤돌아 본 제석봉
하늘로 이어진다는 통천문...
77세임에도 건각을 유지하고 계시는 나의 롤모델...
날머리 중산리를 바라보면서 곧 있을 산행 종료까지 마지막 힘을 쏟았다
이렇게나 맑고 파란 하늘 아래서 천왕봉에 오를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마침내 정상까지 무탈하게 모두 올랐다
가슴이 벅차고 함께하신 회원님들의 수고에 박수를 보낸다
멋진 모습을 보이는 70대의 부부
볼 때마다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간밤에 근 1년 만에 급성 알러지가 올라 가려워 잠을 설쳐 초췌해진 몰골
거기에 박배낭의 무게로 짓눌린 어깨 통증이 있었지만
모두 무사하게 천왕봉까지 오를 수 있었음은 함께였기에 가능했지 싶다
대원사 방향으로 가기 위해 넘어서야 할 중봉...
대원사 방향으로 가기엔
중봉을 넘어 치밭목에서부터 이어지는 수천 개에 이르는 계단과
습한 이끼 바위들이 위험할 듯하기도 하고
이미 많은 체력 소진으로 지쳤기에 중산리로 하산했다
지리산에서의 하산길이 다 그렇듯 길고 쉽지 않은 가파른 등로라
중산리로의 하산길 또한 녹록지만은 않았다
정상에서 파란 하늘을 보이던 날씨가 갑자기 곰탕이 되어 간다
10월에도 눈이 내리는 지리산의 날씨는 산신령도 알 수 없지 싶다
천왕샘
하산길에 바라본 지리산은 또 다시 구름에 갇혀 곰탕이 되어간다
우리가 정상에서 즐길 수 있는 시간 만큼만 허락한 날씨였다
오미자, 행복한하루, 히카리 님 중 어느 분의 기도빨이 통했을까?
세 분 모두의 기도빨이지 싶다
로타리대피소
마지막 남은 식량 중 라면까지 준비한 식재료를 모두 털었다
하산길 알탕은 빼놓을 수 없다
국립공원이라 계곡에서의 알탕은 금지이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
지친 몸을 빠르게 회복하기엔 알탕 만한 게 없다
이곳에서 마을버스를 이용해 중산리탐방센터까지 이동했다
하지만 시외버스 정류장까지는 또 2Km 남짓한 포장길을 걸어야만 한다
하지만 익산에서 단독산행에 나섰던 착한 산우님을 만나
시외버스정류장까지 편하게 하산할 수 있었다
무사히 종주를 마치고 약간은 들뜨고 가슴 벅찬 마음으로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힘들었던 순간을 토로한다
그럼에도 완주할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진주역에서 출발하는 KTX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하니 밤 9시 반...
뒤풀이 할 곳으로 용산원조감자탕집을 찾았다
또 다시 가슴 벅찼던 순간들을 되새기며 하산주로 모든 일정을 마쳤다
The Animals / House of The Rising S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