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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방/탐구생활

민간외교관 ‘태권도’에 큰 박수를

by 뚜시꿍야 2008. 7. 15.

 

[특파원 칼럼/공종식]민간외교관 ‘태권도’에 큰 박수를

 

 

 

미국 곳곳을 다닐 때마다 자주 눈길을 끌었던 간판 중 하나가 ‘태권(TAEKWONDO)’였다.

언젠가는 한국으로 치면 면 단위 정도로 보이는 아이오와 주의 한 작은 도시를 지나다가‘태권도’ 간판을 보고 ‘이런 시골에서 운영이 제대로 될까’라는 의문을 품기도 했다.

미국의 태권도 인구는 얼마나 될까.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최지호 태권도 팬암(미주대륙)연맹회장은 미국에 있는 태권도장이 1만5000개, 현재 태권도를 배우고 있는
미국인은 최소 300만 명으로 추산했다. 과거 태권도를 배운 미국인까지 포함하면 엄청난 수의 미국인이 태권도와 인연을 맺고 있는 셈이다.

국기원은 국가별 유단자 수에서도 미국이 18만7929명으로 종주국인 한국(653만1545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분석했다.

기자 주변에서도 태권도를 배우는 미국인을 자주 볼 수 있다. 미국에서 공립학교에 다녔던 딸 때문에 학부모 모임에 참석했다가 태권도를 배우고 있는 미국인 학부모를 만난 적이 많다.

더구나 요즘에는 ‘태권도가 주의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에게 집중력을 키워주는 데 효과적’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방과 후 수업이나 공립학교 정식 수업 과정으로 채택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한국인이라고 하면 “남한에서 왔느냐, 북한에서 왔느냐”고 되묻는 사람이 여전히 많은 미국이지만 태권도를 배우는 미국인들은 대체로 ‘한국인’이라고 하면 유달리 살갑게 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미국에서 태권도를 배우면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많이 노출된다. ‘차렷’ ‘경례’ 등 구령은 모두 한국어로 한다. 태권도를 어느 정도 배운 미국인들은 대부분 한국말로 하나부터 스물까지는 셀 수 있다.

아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 3월 미국 매사추세츠 주 치커피의 공립학교에서 태권도 교육을 취재한 적이 있었는데 초등학생들이 한국말로 구령을 외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살짝 벅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는 김경원 US태권도센터 관장은 “요즘에는 미국인들이 운영하는 태권도장이 부쩍 많아졌지만 태권도 사범이 미국인이건 한국인이건 여전히 미국에서 ‘태권도 공식 언어’는 한국어”라고 말했다.

태권도를 배우는 미국인들이 한국에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한 데에는 미국에서 태권도 보급을 주도했던 한국인 사범들의 역할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들은 미국에서 태권도장을 열면 꼭 성조기와 태극기를 함께 걸었다.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 이야기도 자주 했다.

뉴욕 근교의 대표적인 중산층 거주 지역인 롱아일랜드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박영환 관장은 승단 심사를 앞둔 수련생마다 반드시 한국 음식을 먹은 뒤 에세이를 쓰도록 하고 있다.

박 관장은 “태권도를 배우고 있는 미국인들은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에 관심이 무척 많으며 한국을 방문하는 미국인도 아주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7월 4일부터 10일까지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태권도 문화엑스포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 일대에서만 250여 명의 미국인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처럼 태권도 때문에 한국을 찾는 미국인이 많아지면서 한인여행사들은 태권도 관련 관광명소를 포함하는 ‘태권도 투어’ 상품을 개발해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

중국, 일본, 동남아 등지에서 한국 드라마가 한류를 주도했다면 미국에선 태권도가 그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미국에서
민간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태권도의 위상이 한 단계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공종식 뉴욕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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