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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방/탐구생활

영어사전에 등재된 한국어...

by 뚜시꿍야 2008. 10. 28.

[사회] 소주(soju) 김치(kimchi) 태권도(taekwondo)···

위클리조선            美 사전에 실린 한국어 얼마나 되나  


photo 허재성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7월 한국의 대표 술 ‘소주’가 세계적인 영어 사전 출판사 미리엄 웹스터(Merriam Webster) 최신판에 ‘soju’로 수록됐다. 명실공히 세계어인 영어의 틈에 한국어가 자리한다는 것은 단순히 영어사전에 한국어가 하나 추가됐다는 사실 이상의 의미를 가지므로 올림픽 금메달 소식 못지않은 낭보였다.

그러나 안타까운 사실은 웹스터나 옥스퍼드(Oxford)처럼 세계적 권위를 가진 영어사전에 등재된 한국어가 몇 개 안 된다는 사실이다. 세계 속에 살아 숨쉬는 한국어를 떠올렸을 때 김치, 태권도, 불고기 외에 딱히 떠오르는 단어가 없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중국에서 발명돼 한국을 거쳐 한참 뒤 일본으로 건너간 두부(豆腐)는 이미 웹스터 사전에 일본 한자발음(とうふ)을 따서 ‘tofu’로 등재된 지 오래다. 미국인들은 두부를 먹으면서 일본 문화를 함께 받아들인다.

영어 사전 속의 한국어. 과연 얼마나 되고 그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미리엄 웹스터’ 사전에 soju(소주)를 입력하니 ‘쌀에서 증류한 한국의 보드카(korean vodka distilled from rice)’라는 짧은 설명이 나온다. 한국의 대표주 소주를 온전히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좋은 이유는 estymology(어원) 부분에 적혀 있는 korean이라는 큼지막한 글씨 때문이다. 다시 말해 소주가 한국어라는 거다. 국가대표 한국어인 김치(kimchi)와 태권도(taekwondo)를 입력해도 어원 부분에 korean이란 큼지막한 글씨가 뜬다. 세계 최대 사전으로 불리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으로 눈을 돌려봐도 세계 속의 한국어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사실은 영어사전에 등재된 한국어가 몇 개 안 된다는 것이다. 옥스퍼드 영어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에 등재 되어 있는 한국어는 12개.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된 일본어가 300개를 넘고 중국어 역시 300개에 조금 못 미치는 것을 봤을 때 옥스퍼드 사전에서 한국어를 찾기란 하늘에서 별따기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일본어를 떠올리면 스시(sushi), 기모노(kimono), 사무라이(samurai), 망가(manga·만화), 스모(sumo)가 쉽게 머릿속을 스쳐간다. 실제로 이런 일본어들은 웹스터 사전에 꽤 오래전부터 등재되어 있다. ‘soju’가 웹스터 사전에 등재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된 한국어의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각국에 워드 컬렉터(word collector)를 배치해 국제적으로 얼마나 빈번하고 널리 사용되느냐를 기준으로 등재될 단어를 선정한다. 세계적 권위를 가지고 있는 다른 영어 사전들의 기준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결국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자주 쓰는 단어가 영어 사전에 실리는 영광을 안는 것이다.

일본어 ‘망가(manga)’가 그렇다. 전 세계 젊은이와 아이들이 일본 애니메이션에 열광하고 있고 ‘망가’라는 말이 자주 사용된다는 점이 ‘망가’가 옥스퍼드 사전과 웹스터 사전에 등재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였다
동아프라임 사서 기획팀의 한 관계자 역시 “태권도가 영어 사전에 등재될 수 있었던 이유도 결국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에 채택될 정도로 세계적으로 알려졌다는 사실 때문”이라며 “세계적인 건강식품으로 알려진 김치 역시 마찬가지 경우”라고 했다.

그렇다면 영어사전에 한국어가 실린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미리엄 웹스터에 실린 한국어.

한국과 일본이 김치에 대한 영어식 표기를 두고 왜 신경전을 벌였는지를 따져보면 답이 나온다. 현재 웹스터 사전에 김치(kimchi)를 입력하면 ‘마늘, 고춧가루, 생강으로 양념을 한 배추절임. 한국의 국가적인 음식이다’라는 정확한 설명이 나온다. 영어사전을 통해 김치가 한국 음식이라는 사실이 세계인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려진 셈이다. 동국대 국문학과 정우영 교수는 “김치가 김치와 기무치 중 무엇으로 영어사전에 등재되는가 문제는 김치가 어느 나라에서 개발된 음식이냐를 결정지을 수 있을 정도의 의미를 지닌다”며 “덕분에 김치를 일본 음식으로 착각하던 사람들이 한국 음식으로 정확히 인식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두부의 원조는 중국이다. 중국에서 개발된 두부는 한국을 거쳐 지금으로부터 약 400년 전에야 일본에 전달됐다. 한·중·일 세 나라 모두 두부로 만든 음식을 즐겨 먹는다. 그러나 미국 사람 대부분은 두부를 일본에서 개발된 건강식품으로 인식한다. 웹스터 사전에도 두부의 한국식 발음인 dooboo가 아닌 일본식 발음 tofu를 입력해야 두부에 관한 설명이 나온다. 어원 역시 일본어로 표기되어 있다. 졸지에 두부가 일본 고유의 음식인양 둔갑해 버린 것이다.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정영국 교수(영어교재개발학과)는 한국어의 영어사전 등재를 한국어가 세계에서 지닌 영향력과 연관지어 설명했다. 옥스퍼드 사전이나 웹스터 사전 등 세계적 권위를 갖는 영어사전에 등재된 한국어의 수가 일본어나 중국어에 비해 적은 것은 세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한국어의 위상이나 영향력이 일본이나 중국어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것이다.

자국의 언어를 세계화해 국가 성장 동력의 한 축으로 삼으려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다.
영국의 경우 110개국 220여곳에 ‘브리티시 카운슬’을 세워 연간 1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쓰고 있으며, 독일도 연간 3000여억원을 들여 74개국 144곳에 ‘괴테 인스티튜트’를 운영하고 있다. 대다수의 전문가는 한국어의 영어사전 등재를 한국어의 세계화라는 큰 틀에서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서울시의회 이지현 의원(한나라당)은 지난 6월 “서울시가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며 서울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외국어 표기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사 결과 세계적인 음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비빔밥, 갈비, 냉면의 경우 서울시에서 표준 제작한 외국어 표기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사용률은 10% 미만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심지어 비빔밥의 경우 서울시에서 배포한 외국어 표기가 부서별로 달라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혼선을 빚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정영국 교수는 한국의 외국어 표기 문제를 지적하며 가장 먼저 한국어의 영어 표기부터 통일할 것을 주문했다. 국내에서조차 표기가 통일되지 않은 단어가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사용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국립국어원은 2016년까지 세계 200여곳에 한글을 교육하는 ‘세종학당’을 세울 계획이다. 한류 열풍에 발맞춰 한국의 대학들은 한국어 교육 센터를 통해 한국어 교육에 힘쓰고 있다.

이상규 국립국어원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세계에 문화를 홍보하는 가장 본질적인 수단은 언어”라며 한국어의 세계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동국대 정우영 교수(국문학과)는 최근 한국에서 일고 있는 한국어의 세계화 움직임을 높이 평가하며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 지속적인 국가적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일본의 문화를 알리기 위한 정책들을 꾸준히 펼친 결과 와리바시(割箸·쪼개 쓰는 나무젓가락), 스시, 일본애니메이션 등을 세계적인 문화로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세계에 침투한 일본의 문화를 따라 일본어도 자연스럽게 세계인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우리 나라의 문화는 여전히 외국인에게 생소하다. 결국 외국인들에 대한 한국어의 노출 빈도가 일본어에 비해서 낮다는 뜻이다. 정 교수는 “외국에 알려진 한국어를 보면 김치나 불고기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며 “한국에는 음식 문화 외에도 훌륭한 문화가 많기 때문에 꾸준한 정책을 통해서 다양한 한국어를 세계에 알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박영철 차장대우 ycpark@chosun.com

  소재웅 인턴기자·고려대 언론학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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