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만큼 살게 되면 지난 날의 가난을 잊어 버리는 것이 인지 상정인가 보다.
가난은 결코 환영할 것이 못 되니, 빨리 잊을수록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난하고 어려웠던 생활에도 아침 이슬같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회상이 있다.
여기에 적는 가난한 부부 이야기는, 이미 지나간 옛날 이야기지만,
내게 언제나 새로운 감동을 안겨다 주는 실화들이다.
그들은 가난한 신혼 부부였다.
보통의 경우라면, 남편이 직장으로 나가고 아내는 집에서 살림을 하겠지만, 그들은 반대였다.
남편은 실직으로 집에 있고, 아내는 집에서 가까운 어느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쌀이 떨어져서 아내는 아침을 굶고 출근을 했다.
"어떻게든지 변통을 해서 점심을 지어 놓을 테니, 그때까지만 참으오."
출근하는 아내에게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마침내 점심 시간이 되어서 아내가 집에 돌아와 보니, 남편은 보이지 않고,
방 안에는 신문지로 덮인 밥상이 놓여 있었다.
아내는 조용히 신문지를 걷었다.
따뜻한 밥 한 그릇과 간장 한 종지.
쌀은 어떻게 구했지만, 찬까지는 마련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아내는 수저를 들려고 하다가 문득 상 위에 놓인 쪽지를 보았다.
"왕후의 밥, 걸인의 찬... 이걸로 우선 시장기만 속여 두오."
낯익은 남편의 글씨였다.
순간, 아내는 눈물이 핑 돌았다.
왕후가 된 것보다도 행복했다.
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행복감에 가슴이 부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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