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초부터 거래처에서의 클레임이 잇달은다
○○○의 경우는 담당 피디의 깐깐한 감수에 여러차례 곤욕을 치르던 중이었고 XXX의 경우는 번역자의 실수였다
참으로 고단하고 스트레스가 가득한 하루하루가 버거워 보이콧하고자하는 절반의 마음으로 전화받기 싫어
아침 일찍 베낭을 메고 겨울산의 꼬랑지라도 잡고 싶어 가고자 했던 고대산으로 나선다
아침 6시 15분 출근 준비를 하던 집사람이 의아한 눈으로 바라봤지만 아무런 말을 하진 않았다
뭔가 느낌이 있었던 모양이다 나 역시 아무런 말도 않고 집을 나섰다
동두천역에 도착하니 7시 20분 역내 매점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신탄리행 7시 50분발 경원선을 기다린다
새벽 늦게 잠을 잔 터라 따뜻한 실내의 온기에 이내 잠이 들었다
신탄리역에 도착한다는 방송에 잠을 깨어보니 출발시엔 가득했던 승객들이 몇 안 남아있다
역전에서 막걸리 한 병을 사들고 고대산 매표소 앞에 도착해 우선 코스를 정해야 했다 9시 05분
1, 2코스? 1, 3코스? 잠시 망설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듯해 크게 1->3코스로 돌기로 정했다
예정한 산행시간은 대략 5시간 내외가 소요될 듯하다
아래는 눈이 거의 녹아 황토와 함께 진흙뻘이다 2코스 들머리를 지나 1코스 들머리에 다다르니 참 애매한 상황에 놓인다
쌓였던 눈이 녹았다 얼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중간중간 얼음판이 도사린다
자신있게 일단 아이젠 없이 오르기로 한다
결국 두 번의 엎어짐으로 만용을 버리고 아이젠을 찼다
먼저 대광봉으로 오르는 능선에 다다르니 이곳엔 햇빛이 자주 비쳤던 듯 다시 진흙뻘이 이어져 아이젠을 벗는다 10시 40분
오르는 내내 가까운 곳에서 총성과 포탄의 소리가 들려온다
경원선 최북단에 위치한 신타리역(도라지역보다 북단) 경기도 최북단의 산이다 보니 전방부대가 가까이 있을 거란 생각이다
아니나 다를까 중간중간 벙커와 참호가 여럿 눈에 띈다
철원, 화천의 GOP에서 군생활을 했던 옛 기억이 떠오른다
제대 후에는 동북쪽을 향해 오줌도 안 갈긴다고 했었는데 지금 이렇게 산에 오른다고 찾는다 생각하니 우습다
많은 참호를 보면서 진지를 구축한 병사들의 모습과 훈련을 받을 현역병들을 생각하니 고생 좀 하겠다 싶다
내가 근무하던 곳에선 산의 8부 능선을 깎아 지하갱도를 만들고 다시 산 전체를 덮은 곳이었다
지도 없이 들어갔다가 길을 잃으면 쉽사리 출구를 찾지 못할 정도였다
당시 듣기로는 삼청교육대가 투입되었고 많은 사상자가 생겼단 말도 기억난다
최전방 부대에서 일병 부터는 병기계(화학서기병)로 군생활을 하다보니 날씨나 환경에 상관 없이 부대에 속한 탄약고를 홀로
순찰해야만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겁 없이 생활했단 생각이다...
반대 능선에서 부는 바람이 심했지만 흐른 땀으로 젖은 속옷에 닿는 차가움이 싫진 않다
오를수록 운무가 너무 심해 10보 앞을 볼 수 없는 형상이다
더구나 등산로와 참호의 구분이 없어 구분이 어려운 사람에겐 쉽게 길을 잃겠단 생각이다
대광봉에 오르니 그제서야 가가운 곳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잠시 후 2코스로 두 사람이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너무나 반가워 잠시 소담을 나누다 헤어졌다
대광봉에 위치한 고대정도 근처에 놓인 벤치도 너무 쓸쓸해 보인다 11시 15분
고대봉 정상에 올라도 주변을 살필 수 없을 만큼 운무가 짙다 11시 45분
정상에서 몇몇 산꾼을 만났다 일행인 듯 모두가 단체사진을 찍으며 하산길을 살핀다
평일임에도 산악회에서 산행을 하는구나 싶다
주변을 살피며 점심을 해결할 위치를 찾던 중 정상 헬기장 옆에 빈 초소가 보인다
'딱이다!!' 쾌재를 부르며 초소에 짐을 풀고 라면을 끓였다
군시절 고체연료에 라면을 끓여먹던 순간이 떠오른다 고참들 몰래 먹던 그때의 라면 맛이란... ㅎ
산의 형세가 험하고 높은 산은 아무에게나 그 속살을 보이지 않는다 했던가?
평소 덕행이 많이 모자랐나보다
아침까지 내렸던 비로 일교차가 심해서 그런지 아님 평상시에도 이런지는 모르겠으나 짙은 운무로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다
구글에서 고대산이 보였던 속살을 퍼와 위로한다
▼ 고대봉 정상에서 바라본 삼각봉과 대광봉
▼ 고대봉 정상서 바라본 철원평야와 그 너머의 북녁 땅
하산길은 도저히 아이젠 없이 내려갈 순 없는 길이었다
몇몇 산꾼들은 아이젠 없이 올랐던 모양 내려갈 생각에 걱정이 가득한 모습이다
표범폭포라는 곳도 얼음폭포가 되어 있었고 좀 더 아래로 내려오자 마치 원시림에 온 듯한 기분이다
사람의 손떼가 많지 않아서 그럴까?
반면 군인들이 훈련 중에 버렸을 것으로 여겨지는 온갖 쓰레기와 담배 꽁초가 지천이다
설마 등산객의 소행은 아니겠지?
나 역시도 각성한다
산에서 만났던 산악회가 바로 '금강산 산악회'임을 하산길에 알게 되었다
이곳에서 시산제를 하는 걸로 봐서는 경기도 북부지역을 근거지로 하는 산악회란 생각이다
다시 매표소에 당도하니 13시 45분
문득 상행선 기차시각을 확인치 않았단 생각이 든다
발걸음을 재촉해 신탄리역에 도착하니 14시 출발 열차가 있단다
더구나 열차가 연착해 아직 도착치 않았다 한다
잠시 옷차림을 살피니 진흙탕에서 유격훈련을 받은 모습이다
집에 도착하니 16시 10분
집사람이 퇴근 후 김치전에 막걸리 한 잔 하고싶다 한다
최근에 이사온 후로 득템한 천년만년이란 술집을 찾았다
값은 싸고 맛은 여느집 보다 맛있다
지난 주 먹었던 홍합탕과 닭발볶음 대신에 홍합탕과 김치전에 막걸리를 마시면서 오늘 산에 갔던 얘기며 저간의 상황을 얘기했다
집사람 또한 개학 후의 힘든 학교생활 얘기를 한다
서로 그렇게 고단했던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어본다
잠이 덜 깨서였는지 산에 갔다온 줄도 몰랐단다 ㅎㅎ
예전처럼 어느 산에 갔다왔냐고 묻지 않는 걸 보면 혹시 알았으면서도?
집에 와 언제 그랬냐는 듯 밀린 메시지에 멜에 ... 정신 없이 일상의 업무로 돌아간다
▼ 안주와 막걸리가 다해서 12,000원... 요즘 말로 개쩌는 득템이다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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