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에 도착하니 오후 4시 30분
먼저 선암사 입구의 슈퍼에 들러 민박집을 알아보았으나 선암사 들머리에 '선암사차체험관'을 추천해 주신다
선암사서 운영하는 곳이라면 값은 쌀지 모르겠지만 행동에 제약이 따라 포기하고 민박이란 입간판이 보이는 곳
모두 전화를 돌린다 값은 한 사람이어도 방값을 기준으로 50,000원을 부르니 시세는 확인한 셈
이제 발품을 팔며 외관을 살피는 중 외딴 곳에 민박이라 써진 집 한 채를 보고 다시 확인 30,000원... OK
짐을 풀고 내일 산행에만 집중하기 위해 선암사를 미리 방문한다
생각보다 먼 거리였다 도착하니 이미 날은 어두웠고 숙박지로 오는 길은 그야말로 암흑... ㅠㅠ
배낭을 놓고 온 터라 후레쉬도 없어 급히 후레쉬 앱을 설치하여 스마트폰 후레쉬로 대체했다
민박집은 혼자 사시는 할머니가 영업하셨다
밭을 일구며 필요한 채소는 자급자족하시고 3남 1녀 모두 출가해 도시에서 산다고 한다
첨 찾았을 때는 혼자 화투를 치고계셨는데 아마도 긴긴 밤 TV보다도 혼자 운떼기를 하셨던 듯
그 연세의 노인은 대개가 말상대가 없어 적적하리란 생각에 저녁상을 받으며 이런저런 말벗을 해드렸다
할머니는 신이 나서 시골동네에 사기꾼과 도둑이 많다는 둥, 할머니도 여러번 당했다는 둥
그동안 대학교수란 여자가 혼자 아랫방에 들었는데 현금이 없어 외투를 담보로 잡아놨다는 말까지 하신다
'저녁 안 드셨음 이리 건너오시라 하세요 현금이 없어 굶고 있는 거 아니에요?'
'앞전에도 대학교수람서 명함까지 주더랑께
밥 달라해서 상을 차리는 동안 어쩌콤 알았는지 농속의 현금하고 통장까지 갖고 내뺏당께
외모는 곱상시러워도 믿을 거이 못 돼 속으로야 시방 날 욕허겄제 그래도 할 수 없당께'
샤워 후 누웠는데 직접 담그셨다는 찹쌀동동주와 함께 오징어회까지 내오신다
소주 한 병 까고 왔는데 물리칠 수 없어 동동주까지 마시며 다시 할머니의 살아가는 모습을 듣는다
아침상을 받고 집을 나섬에
'할머니 건강하시고, 다음에 다시 뵐게요'
'간밤에 고마웠수 아침바람이 많이 찬께 조심해서 올라가야 쓰겄소'
함께 사진 한 장 찍자는 말에 할머닌 못 생겨서 안 찍는다 한사코 거부하신다
내 눈엔 어릴적 할머니를 떠올릴 만큼 예쁘신데...
Stranger on The Shore(해변의 길손)
Acker Bi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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