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넌방/짧지만 긴 여운

조개구이

by 뚜시꿍야 2008. 1. 15.

 

 

 커먼 숯불에 불이 활활 타오르면 얼기설기 엮인 철망위에 바닷가에서 잡은 조개들을 한 가득 올려 놓습니다

 

  루종일 허리를 구부리며 잡은 조개들이 참으로도 다양합니다.

  윤기가 줄줄 흐르는 피조개부터, 하얀백합, 검은색의 동죽에서 부터 올망졸망한 바지락에 이르기까지 모양도 제각각입니다.

 

  개껍질이 서서히 불에 달구어지면 조개들은 하나 둘 입을 쩍쩍 벌리며 분노하듯 뜨거운 김을 겉으로 쑥쑥 내어 뿜고는 자신의 속살을

  드러내고 맙니다.

 

  런데 아무리 껍질이 달구어져도 꿈쩍도 하지 않는 조개가 있습니다

  껍질이 까맣게 타들어가도 입을 벌리지 않습니다.

  억지로 껍질을 벌려보면 영락없이 죽은 조개입니다.

 

  안의 뜨거운 분노를 밖으로 표출하지 않는 방법은 결국 내 안의 생각을 죽이는 것입니다.

 

  무리 심한 고통이 와도 견디어 내는 방법은 내 안의 생각을 죽이는 것이라고 조개는 몸으로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건넌방 > 짧지만 긴 여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앞이 깜깜합니다  (0) 2008.01.28
容恕의 江  (0) 2008.01.28
自畵像  (0) 2008.01.02
내가 웃으면 곧 세상이 웃는 것일테죠  (0) 2007.11.07
이런 친구 있나요?  (0) 2007.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