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 의 저주
"빌딩이 올라가면 경제는 내려간다"
中 초고층 건물 완공… 다시 고개드는 저주론
세계적 초고층 빌딩 완공시점 불황의 시작과 절묘하게 맞아
中 세계 두번째 높은 빌딩 세워 "하늘 찌르다 경제 찌를라" 우려
중국발(發) '마천루의 저주'가 시작되는가. 지난달 말 중국 상하이에서 '팍스 차이나'의 상징인 492m짜리 세계금융센터(WFC) 빌딩이 완공됐지만, 글로벌 금융가에선 이를 축하하는 분위기만은 아니다. 하늘로 치솟는 초고층 빌딩이 완공되면 그 나라 경제는 바닥을 친다는 '마천루의 저주'가 이번에도 들어맞을지 모른다는 분석 때문이다. WFC는 완공된 건물로는 대만의 타이베이금융센터(508m)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이다.
'마천루의 저주'란 1999년 도이치방크의 분석가 앤드루 로렌스가 과거 100년간 사례를 분석해 주창한 가설이다.
실제로 중국은 올림픽 이후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동반 위축되는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식·부동산 붕괴조짐의 중국
'마천루의 저주'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중국경 제의 최근 흐름은 예사롭지 않다. 대표적 국제도시인 선전(深�)에선 지난 6월 말 신규주택 평균가격이 작년 10월보다 36% 폭락했고, 부동산개발업체들의 부채비율이 평균 400%를 넘고 있다. 또 상하이의 부동산 중 절반(44.8%)의 값이 떨어졌으며, 베이징에서도 부동산 가격과 주택거래가 동시에 하락해 전달에 비해 각각 6%와 24%가 하락했다. 부동산 버블(거품)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상하이 주가지수는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본격화된 작년 10월 이후 60% 이상 빠지면서, 한때 6000을 돌파했던 지수가 지금은 2000선이 위협 받을 정도다. 한화증권 조용찬 연구위원은 "주식시장 안정 차원에서라도 부동산 시장 위축은 당분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 2분기엔 8%대로 성장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초고층빌딩과 경제불황을 바로 연결 짓는 것은 무리란 지적도 있다. 한양대 건축공학부 신성우 교수는 "과거 초고층빌딩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을 때나 가능했을 얘기"라며 "그런 식이라면 두바이에는 벌써 몇 차례 불황이 닥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곤 기자 trum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