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ED BY L. YOUNGHO
직장생활을 하면서 상사나 부하직원 사이에 치여 곤혹스러운 일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다
그러다 보니 괜히 주는 것 없이 그 사람과 마주치면 하루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몰리는 경우도 있고,
받는 것도 없는데 괜히 그 사람 얼굴을 보게되면 하루가 즐거워지는 경우도 생긴다
그런데 요즘 아파트 경비아저씨 두 분을 보면 나의 자화상이 그 안에 있는 듯 하다
두 분이서 격일로 24시간 근무를 하는데 이 두 분의 성격이 극과 극이다
한 분은 바른생활의 아저씨로서 나름 규정을 철저히 지키시며 가만히 앉아 계시는 경우가 드물다
주변 화단도 철마다 갈아 엎으시며 꽃을 심는 덕에 우리 동만 꽃이 만발해 많은 주민이 지나가다
한 번 쯤은 머물러 꽃구경 삼매경에 빠지기도 한다
이른 아침 주변청소부터 시작해 밤 늦은 시각까지 졸지도 않으신다
버려진 화분은 정리하여 다시 화단에 옮겨 심어 이쁘게 살려놓는가 하면 재활용 물건 중에 쓸만하다 싶으시면
손질을 해 쓸모있게 만들어 놓으신다 그
런데 이분은 융통성이 없으셔서 택배하시는 분들의 물건도 잘 안 맡아주신다
이전에 맡아놓은 물건으로 불상사가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외부차량이 잠시만 주차해도 확인 후 스티커를 발부해 주민들과 잦은 마찰을 일으킨다
며느리 집을 방문했던 부모님이 방문차량 확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집안 식구가 모두 나와
아저씨와 다투는 일도 생긴다
재활용 수거를 하는 날에도 정해진 시간 이외에 갖다 놓으면 뭐라 하신다
혹여나 잘못 분리된 재활용쓰레기를 보면 또 한마디 하신다
이러다 보니 아저씨가 일도 잘하시고 성실하다는 생각은 모든 주민이 갖는 공통된 생각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주민들이 혹여나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아저씨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는 것 같다
아저씨 또한 항상 긴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웃는 모습을 보기 드물다
그러니 나 또한 담배꽁초 하나를 버리려면 쓰레기통을 찾아가야 한다
집사람도 같은 생각을 하는지 "오늘 깐깐한 아저씨가 경비셔?" 한다
다른 한 분은 경비실 자리를 지키고 계시는 경우가 더 많다
아니 경비실에서 조는 경우가 많으시다
청소를 하는 것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길가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보면 주워서 화단 안 구석으로 던져 버리신다
주인이 부재 중인 택배물건도 잘 받아주시고, 외부차량에 스티커 발부하는 경우도 못봤고,
무거운 짐을 가져가는 주민을 보면 "도와드릴까요?"하며 다가선다
물론 겉치레 인사인 경우가 많다
아이들을 보게되면 큰 소리로 웃으며 약간의 장난기도 보이신다
일을 잘 한다기 보다는 주민들과 마찰을 가능하면 피해가려는 모습을 보이신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성실한 아저씨가 다른 동의 경비아저씨와 하는 얘기를 귀동냥하게 되었다
"아 정말 정씨는 왜 그런데... 청소 좀 해 놓으라 했더니 청소도 안 해놓고,
경비실 안에서 담배 피우지 말랬는데 왜 자꾸 담배를 피우는 거야..."
대충 짐작이 가는 얘기였지만 약간 게으른 아저씨는 주민들에게 큰 불편이 없는 한은 대충대충, 대강대강 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눈에 거슬리는 경우가 많아 서로 스트레스를 받는 모양이다
옆에서 보니 두 분의 성격이나 행동이 객관적으로 극명하게 눈에 보인다
두 분의 젊은 시절의 모습도 어떠했는지 눈에 보인다
수지청무어(水至淸無魚)라 했던가
규정에 맞게 살아가는 바른생활의 아저씨 모습과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않는다면 융통성있게 주변과 어울려가는 아저씨의 모습
룰을 지키는 것이 바른 행동이라는 것을 알지만서도 약간의 불편함이나 편함을 보자고 나 자신도 자주 어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주 듣는 나 자신에 대한 평가를 가끔은 아니라고 부정하면서도
속으로는 고쳐야지 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누군가가 나를 평가하는 말이 귀에 거슬릴 경우는 듣고 있기가 매우 불편하다
그렇지만 윗사람이나 아랫사람이 평가하는 내 자신의 모습이 진실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래서 살아가면서 주위의 시선을 의식치 않을 수 없나보다
양약고구 이어병, 충언역이 이어행
良藥苦口 利於病, 忠言逆耳 利於行 이라고 했던가
두 아저씨를 바라보면서 나의 자화상은 내가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남이 그려주는 것은 아닐런지란 생각을 해본다
지금 어디서 누군가가 나를 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평범함을 원하는 나로서는 격식을 차리는 만남보다는 늘 편안한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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