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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넌방/살며 사랑하며

삶의 터전은 자연스럽게 옮겨져 간다

by 뚜시꿍야 2009. 3. 3.

 

 

결혼 후 분가를 하여 지금은 어엿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한 세대를 이루고 있다

그러다보니 부모님댁을 찾는 발걸음이 뜸해진다

 

지금은 부모님과 동생이 함께 살고 있는 집을 찾아가다보면 어릴적 다녔던 초등학교를 지나치게 된다

당시에는 그리 넓어보였던 운동장도, 골목길도 운전을 하고 가다보면 왜 그리 좁은지...

이것도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의미일까 싶기도 하다

 

 

 

집에 들어서면 학창시절의 앨범들을 비롯하여 많은 손 때가 묻은 물건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것 저것 뒤지다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물건을 집어들고 추억속으로 한없이 빠져든 적도 많았다

 

그런데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수 십년을 살아왔던 집을 떠나 이사를 하게 되었고 그런 와중에 많은 물건들을 정리하게

되었다   각자의 추억이 담겨진 물건이 아니면, 먼지가 수북이 쌓이고 바랬다는 이유만으로, 더 이상 쓸모가 없어보이는 물건

들은 자연스럽게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이사를 하고 나서도 없어진 물건들이 무엇인지도 모르다가 느닷없이 생각나는 물건

하나...   그러나 아무리 뒤져봐도 보이지 않는다   버렸다는 사람은 없는데 물건은 사라진 것이다

 

그렇게 이사 후 몇 번을 부모님댁에 가보아도 어릴적 흔적이 없어져서 그런걸까?

매우 낯선 모습이고 조금은 불편하다   안보면 멀어지고 자주 접하지 않으면 잊혀진다고 해서일까?

그래서인지 삶의 터전이 자연스럽게 옮겨져 감을 느끼게 된다

부모님이 살고 계신 그 집 보다 지금 내가 살고있는 집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흔적때문은 아닐까?

 

추억이란 것 또한 나의 흔적이 함께할 때 좀 더 선명하고 아련한 것 같다  

흔적이 사라진다면 추억을 떠올릴 기회 마저도 함께 사라진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럼에도 변치 않는 흔적이 있다면 나를 반겨 맞아주시는 부모님의 손길이다

그 흔적만큼은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은 나만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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