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이가 자율휴업일이라 등교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루 종일 혼자 집에 있는 것이 싫다면서 숙제와 공부거리를 책가방에 가득 챙겨 넣고 출근길을 따라 나선다
얼마전 백화점 세일 때 내 옷을 사면서 함께 샀던 장인어른의 언더셔츠를 드리기 위해 출근길에 처갓집에 들렀다
잠시 들렸다 가려고 했으나 장모님이 아무것도 안먹고 그냥 가는 것이 못내 서운하셨던지 먹거리를 자꾸 챙겨주시는
것을 사양하고 집을 나서는데 장인과 아직 출근 전인 작은 손윗처남이 아이에게 용돈을 쥐어 주신다
아이는 기분이 업되어 신이 났다
아마도 이런 재미로 할아버지댁이나 외갓집에 가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하다
얼마 전에는 1년의 용돈을 대충 계산하더니만 친할머니가 가장 많이 주신다는 얘기도 얼핏 들었던 터였다
맞벌이를 하는 터라 어려서 부터 '미스터 맘마'가 되어 자주 회사나 친척집을 가게 되었다
사무실에서 보행기를 타고 놀며 아이는 그 때 부터 앵벌이(?)를 하면서 유윳값과 기저귀값을 벌었단 생각을 해 본다 ㅎㅎ
그런데 가끔은 아이에게 용돈을 쥐어줄줄 알았던 사람이 외면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아이야 아직 돈의 가치를 몰랐을 때라 모르겠지만 빈 손으로 돌아서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서운하단 생각을 갖었다
그러다 "정은이에게 용돈이라도 주었어야 했는데 내가 정신이 없어 깜빡했네"하는 전화를 받고 무척이나
얼굴 빨개졌던 기억도 있다
살아가면서 인력으로 막을 수 없는 것들이 꽤 있다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 중에서도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익숙해진다는 것은 아닐까 싶다
나도 모르게 상황에 익숙해지다보니 아무것도 아닌 일에 오해를 갖고, 쉬운 일도 꼬이게 되고...
감사함을 모르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익숙함에 젖어 있는 내 모습을 바라본다
항상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다시금 다져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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