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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넌방/살며 사랑하며

모로 가도 한양만 가면 된다

by 뚜시꿍야 2009. 11. 9.

 

 

옛말에 ‘모로 가도 한양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다

어떻게든 살고 봐야한다는 뜻이겠으니, 과정은 무시해도 결과만 좋으면 되고 나부터 살고 보자란 결과 위주의

사고방식으로 이웃나라의 침략과 빈곤으로 목숨을 부지하기가 급급했던 시대의 가치관이 아닌가 한다

예로부터 살기 좋은 민주적인 사회일수록 결과 위주의 사고보다 과정위주의 사고방식이 대접을 받아왔다

아무리 부자라도, 그 돈이 수치스럽게 번 돈이라면 그는 대접을 뱓지 못했고,

아무리 권좌에 앉아 있어도 그 권력이 떳떳치 못한 권력이라면 사람들은 그를 무시했다

아무리 유명한 교수라도 그의 논문이 남의 것을 베낀 것이라면 그는 대접받을 수 없을 것이며,

아무리 얼굴이 아름다운 여인이라도 그 행동이 단정치 못하면 천한 신세가 됐다

당연하고도 옳은 가치관이다.

그런데 지금의 사회는 과정 중심의 가치관이 아니라 결과 중심의 가치관이 팽배해 있다

아무리 비열하게 벌었어도 큰 돈 만 벌면 훌륭한 어른이 되고,

아무리 권모술수를 써도 출세만 하면 똑똑한 사람이 되고,

아무리 실력이 없어도 학위만 따면 대접받고,

아무리 행동이 개차반 같은 여인네라도 출세한 자의 아내만 되면 우러러 본다


그러나 이런 것이야 개인의 문제고 저 잘난 맛에 사는 세상이라니까 눈꼴이나 좀 실 뿐 남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것이 아니니 문제가 아니 된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나랏일의 경우는 좀 다르다

과정이 불법임에도 결과는 합법이라고 한다면

다수의 국민이 아니라고 반대함에도 일부 위정자가 옳다고 한다면

약간의 불법을 저질렀어도 '먼지 털어 안나는 이 없다' 라고 우기며 고위관직에 버젓이 앉는다면

어떻게 법을 집행하고 어떻게 정도를 가르칠 수 있는 것인지 안타까울 뿐이다

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어느 여름날

달구지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산길을 두 대의 달구지가 앞뒤로 바짝 붙은 채 가고 있었다

시골길이라 포장이 안 된 울퉁불퉁한 길이라 흙먼지가 뿌옇게 일었다

특히 앞의 달구지를 따라가는 뒤의 달구지는 먼지 때문에 길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더 바짝 긴장해야 했다

뒤의 주인은 슬며시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포장된 도로까지는 아직도 한참이나 가야하지만···.

 

그런데 조금 넓은 길이 나타나자 앞 달구지 주인이 소를 멈추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뒤의 달구지 주인도 소를 멈춘 후 큰소리로 무슨 일이냐고 묻자

앞의 주인은 ‘아무 일도 아닙니다 먼저 가시라구요'

내가 내는 먼지를 계속 참아 주셨으니 이제부터는 내가 참지요’하고 말했다

앞의 달구지 주인은 빨리 지나가라며 손을 앞뒤로 흔들었다

 

생각지도 않은 친절에 놀란 뒤의 주인은 가볍게 목례를 한 후 앞서갔다

그는 조금이라도 먼지를 덜 나게 하기 위해 소를 천천히 몰았다

 

이렇게 해서 달구지 두 대는 흙먼지 나는 좁은 산길을 사이좋게 빠져나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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