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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토실하게 오른 이국의 소녀가 무릎을 꿇고 앉아 기도하며
'오늘도 무사히'라는 구절이 새겨진 그림...
그리고 늘어진 어미 돼지의 젖을 빨고 있는 새끼돼지들의 모습...
초가집 몇 채와 함께 물레방아가 도는 한가한 농촌풍경의 그림...
이발소에 흔히 걸려 있던 천편일률적인 이런 그림을 통칭해서 우리들은 '이발소 그림'이라고 불렀다
굳이 머리 아프게 이해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이 있는 그대로 이해가 되는 그림이다
이발소 그림의 소재는 지극히 상투적이다
그러나 이발소에는 의례히 거울과 세면대가 당연히 존재하는 것처럼
이발소 그림도 오래된 관습처럼 하나의 풍경으로 당당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이발소 그림의 풍경속에는 이루지 못한 서민의 꿈이 담겨 있었다
고단한 일상에서 한번쯤 꿈꾸어 보는 이상향이 그 곳에 담겨 있었던 것이리라
어느 나른한 오후,
이발소 한쪽에서 얼굴에 하얀 비누거품을 묻힌 채
한가롭게 면도를 하는 이발사의 달콤한 손길을 따라 오수를 즐기는 아저씨는
아주 소박한 단꿈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그렇게 될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를 꿈꾸면서...
서민의 꿈은 아주 소박하기에
쉽게 이루어질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말이다
Summer Wine - The Corrs & Bo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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