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사성이 우의정으로 재임하고 있던 어느날 한식이 되어 온양의 산소에 성묘를 갔다가 한양에 오르는 길이었다.
그날도 변함없이 허름한 옷에 검은소를 타고 가던 길이었으니 누가 보아도 정승으로 보일 리는 만무했다.
한참을 어슬렁 어슬렁 소의 느린 걸음으로 가고 있던 중 갑자기 먹구름이 일며 억수같은 비가 오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어서 비를 피해야지."하며 맹정승은 근처 용인의 마을 어구에 있는 주막으로 급히 들어섰다.
주모의 안내를 받아 주막집의 방안으로 들어가자 이미 아랫목에는 한 젊은이가 그가 데리고 온 것 같은 여러명의 하인들과
점잖게 앉아 있었다 아마도 부잣집 아들이겠거니 하며 맹정승도 구석으로 자리를 잡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비가 그칠 기미를 않보이자 젊은이는 지루한지 "영감님, 저랑 장기나 한판 두시지요"하며 장기를 권하는 것이었다.
심심한건 마찬가지인지라 마침 잘 되었다 하는 표정으로 장기판을 받은 맹정승은 거푸 여러판을 이겼고 젊은이는 슬슬 부아가 치밀기
시작했다. 젊은이는 속으로 '행색을 보아하니 무식한 시골영감 같은데 한 번 놀려주어야겠다'하는 생각으로 맹정승에게 말을 건넨다.
건네온 말을 듣자하니 이건 자신을 은근히 놀 리는 놀이가 아닌가. 그러나 너그러운 맹정승은 빙긋이 웃으며 먼저 질문을 던진다. 급제자를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맹사성의 임명으로 녹사가 되었고 후에 그가 돌보아 여러 고을 벼슬을 하게 해주었다고 전해지며 이는 맹사성의 좋은 성품을 보여주는 가장 재미있는 일화로 공당문답이라 불리우고 있다
"거 노인장 우리 심심한데 공당놀음이나 한 번 합시다"
거푸 장기를 이긴 미안함도 있고 해서 맹정승은 흔쾌히 응답한다.
"그럼 묻는 말 끝에 노인장이 공(公)을 붙이시구려 그러면 내가 대답하는 말 끝에 당(堂)을 붙일터이니"하고 젊은이가
"그래, 젊은이는 지금 어디로 가는공?"
젊은이가 킬킬대며 맞받는다. "한양에 벼슬하러 간당!"
"그럼 벼슬자리 내어줄 아는 사람이라도 있는공?"
"없당!"
"그럼 내가 한자리 마련해 주면 어떻겠는공?
얘기가 여기까지 오자 젊은이와 하인들은 푸하하 폭소를 터뜨리며 뒤로 뒹굴 듯이 웃는 것이 아닌가.
"하하... 바라지도 않는당".
그러는 사이 어느덧 날이 개어 서로는 헤어져 각자의 방향으로 길을 갔다.
주막에서의 일이 있은 며칠 후 과거시험이 끝나고 급제자들이 정승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시간이 있어 맹정승은 상좌에 앉아
각자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는데 그중에 주막에서 만난 젊은이가 있는 것이 아닌가.
감히 정승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땅으로 향하고 있던 그 젊은이는 미처 맹정승의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마침내 바로 앞까지 당도하자 맹정승은 매우 반가워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
"그래, 시험은 잘 보았는공?
익히 들어 보았던 목소리에 젊은이가 깜짝놀라 고개를 들어 보니 우의정의 자리에, 초라했던 그 노인이 관복을 입고 앉아 있는 것이었다.
"자...잘 보았당" 젊은이의 대답에 놀란 것은 오히려 주위의 사람들이었다.
주위사람들의 의아해 하는 시선속에 맹정승은 한 번 더 물어 보았다.
"그래 과거에 급제한 기분은 어떠한공? 젊은이가 어찌 달리 할 말이 있겠는가.
한참을 주저하던 젊은이는 머리를 땅에 묻으며 대답을 했다.
"주...죽고만 싶당"
난처해 하는 젊은이를 달래어 주며 전에 있었던 주막에서의 일을 대신들에게 말하자 모두 감동하여 웃었으며 그런 인연으로 그 선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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