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은 친지들과 정자에 모여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술이 거나해지자,
“누구누구는 부끄러운 줄 모르고 권세와 명예를 거머쥐었으니 분통이 터질 일”이라고 한탄했다.
그러자 다산은 벌떡 일어나
“사람은 품평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벌주를 드린다”고 상대에게 술을 권했다.
얼마 지나자 또 어떤 이가 “저 말은 짐도 지지 못하면서 꼴과 콩만 축내는 구나”고 혀를 끌끌 찼다.
다산은 또 일어서 “짐승에게도 (말을 알아듣기 때문에) 품평해선 안 된다”며 그에게 벌주를 따랐다.
그러자 함께 자리한 사람들이 “그대의 정자에서 놀기가 참 힘들다”며 “이곳에선 입을 꿰매고 혀를 묶어야겠다”고 핀잔을 줬다.
다산은 웃으면서 “종일토록 품평해도 화낼 줄 모르는 것이 있다”며 주변에 있는 바위를 실컷 자랑한 뒤
“입을 묶어둘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좌중의 한 사람이 “화낼 줄 모르기 때문에 바위에 대해서 자유롭게 품평할 수 있느냐”고 묻자,
다산은 “저는 바위에게 칭찬만 하였지, 언제 모욕을 주거나 불손하게 말한 적이 있었습니까”라는 말로
참된 품평은 칭찬에 있음을 강조했다.
이 일화로 이 정자는 ‘바위마저도 칭찬해야 한다’는 의미의 품석정(品石亭)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다산은 자신의 일기에서 이를 소개하며, 다음과 같은 토를 달았다.
“남을 품평하는 것은 참으로 쓸모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남을 평가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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