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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산행·트래킹

2013. 02. 10~11 [무등산 원정산행기/무박]

by 뚜시꿍야 2013. 2. 12.

 

 

 

올 겨울 계획했던 산행지가 몇 있다 그 중 한 곳이 무등산

헌데 산꾼 동아리에 가입한 후로는 단독 산행을 실행하기가 쉽지 않은 터에 설 연휴를 맞아 약간의 일정이 가능케 되었다

산행 일정이 매주 잡히는 상황인지라 가고 싶은 산을 게으름 피게되는 불편함이 생겼다

장인 어른의 건강이 안 좋아 병문안 부터 세배까지 모두 사절이 된 상황이라 연휴의 하루 반나절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해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부리나케 귀경 차편을 확인 후 다행히도 막차의 자리가 있어 하행 차편까지 모두 예매

저녁을 먹고 강남터미널에서 밤 11시 버스를 타고 광주 광천터미널에 도착하니 2시 40분

폰 충전을 위해 대합실에서 여장을 풀었다

시간이 너무 일러서인지 이용객들은 드물고 청소하는 분들만이 요란스럽게 분주하다

야간산행을 위해 아침을 든든히 하고 싶어도 문을 연 상점이 안 보인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24시간 영업한다는 터미널 앞의 유명한 뼈다귀집을 찾아 나섰다

헌데 문이 닫혔다  분명 24시간 영업이란 글씨도 선명한데...

갑자기 오래 전 집에 먹을 것이 떨어져 쫄쫄 굶었던 추석 때가 생각난다

24시간 편의점도 없던 시절이라 상점도 모두 쉬고 먹을 건 없고...

그러고보니 이집도 365일 24시간 영업이란 의미는 아녔나 싶었다  쩝~

 

먹거릴 찾아 다니다보니 어느덧 시간은 새벽 4시

때마침 터미널 상가의 한 음식점이 문을 연다

아직 장사 준비가 덜 되었다지만

가장 빨리 될 수 있는 음식을 주문하자 김치찌개가 나왔다

 

전라도 식당은 어델가도 밑반찬이 항상 푸짐했던 기억이다

이곳도 김치찌개 하나인데 밑반찬이 무려 10가지

그 중 주인의 추천으로 맛봤던 간장게장과 함께먹는 김 맛이

꿀맛이다  밥 모자라면 더 드시라는 넉넉함도 잊지 않으셨다

식사 중간에 커피까지 가져다 주신다

김치찌개 자체는 별 맛이 없었지만 이름모를 젓갈과 간장게장이

정말 좋았다

 

식사 후 볼 일을 보고 편의점에 들러 필요한 물품을 산다고 나왔는데 아뿔사~ 빈 택시가 보이자 준비해야 할 물품은 까맣게 잊고 걍 택시를

타버렸다  '아저씨~ 증심사요'  ...

택시 안에서 이전의 기억을 조합하면서 기사분과 산행 코스에 대해 물었다

이전엔 입석대와 서석대를 거쳐 중봉으로 내려왔던 거 같은데 당시에는 가고 싶어 갔던 산이 아닌 남들에게 질질 끌려 갔던 터라 아무런

기억도 나질 않는다  기사분의 조언으로 중머리재 -> 장불재 길을 정했다  인적 하나 없고 길은 깜깜하고 더구나 베낭에는 먹을 거라고는

비상식량으로 챙겨 둔 고추참치 캔 하나에 보온병과 먹다 남은 물 300ml가 전부였다

문을 연 상점도 인적도 없다보니 다시 되돌아갈 수도 없고 그냥 오르기로 했다

 

지금 시각이 오전 4시 55분, 대략 오후 1~2시면 하산할 예정이다

일단 후레쉬를 켜고 진입로를 찾았다

증심사 방향으로 길을 들어서고 오르는데 중간에 이정표를

놓치니 들어선 곳이 절내였다  헐~

돌아서 나와 여기저길 비춰 간신히 이정표를 찾아

중머리재로 향한다

일단 물어볼 사람도 없고 길이 어두워 샛길은 무조건 피하고

사람이 지나다닌 눈발자욱만 보고 큰길을 택했다

물소리 뿐 그 어떤 소리도 없다

이따금 내게서 나는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놀라기도 한다 쩝~

 

중머리재에서 광주시내의 야경이 들어온다 바람이 어찌나 세던지 아무리 꽁꽁 싸매도 잠실구장만한 넓이의 벌판에 몰아치는

새벽 바람은 장난이 아니다 

이정표를 보고 불재로 향하려는데 이런 이정표가 눈얼음에 가려 안 보인다 아무리 떼내려해도 꽁꽁~ ㅠㅠ

다른 푯말은 아니기에 저곳인가보다 싶어 길로 접어드니 갑자기 중봉이란 푯말이 보여 지도를 보니 방향이 틀어졌다

용추삼거리에서 우측길로 접어들어야 하는데 용추삼거리를 우측에 두고 계속 좌측으로 길을 들어선 것이다

쩝~ 하필 그 푯말이 얼어있더니만...

다시 용추삼거리를 향해 우측으로 길을 잡았다  장불재에 도착하니 조금씩 여명이 생기면서 해가 오르는 듯하다

 

 

 

대피소에서 잠시 식은 물에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멀리 보이는 입석대와 서석대를 바라본다

왕복으로 치자면 대략 2Km는 될 듯, 시간상으로도 기경과 기념사진을 찍고하면 두 시간 정도면 되겠다 싶다

그리고 하산길을 선택해 내려가면 되겠군... 

커피 한 잔 마시고 아껴 먹었던 남은 식수를 보니 거의 바닥에 꽁꽁 얼어있다  할 수 없이 보온병의 물을 페트병에 옮겨담고

식수로 써야겠다 싶다

 

 

 ▼ 입석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주상절리대

대략 1억 년 전에 생긴 용암의 흔적이라는데...  1억 년이란 시간이 짐작이 안 간다

 

입석대 뒷쪽에서 바라본 주상절리대

 

입석대 주변에 널부러져 있는 수많은 파편들

 

입석대에서 멀리 광주시의 식수원 동북댐도 보인다

 

서석대 정상서 바라다 본 광주시내 전경

 

 

▼ 서석대 전망대에서 처음 조우한 등산객에게 인증샷을 부탁드렸다

 

 

올 겨울 계획했지만 못 갔던 월출산이 저 멀리 보인다 아마도 그 우측으로 목포시가 되겠다  

 

입석대 앞에서 셀카

 

 

▼ 하산길을 중봉이 아닌 무등산 둘레길로 정하고 규봉암 방향으로 간다

산능선마다 용암의 파편으로 가득하다  모양새가 마치 범어사 오르는 길과 흡사 

 

 ▼ 무등산엔 유난히도 산죽이 지천이다

헌데 키가 훌쩍한 산죽은 눈 무게를 못 이겨 다 쓰러져 있다

쓰러진 산죽을 보노라니 그런 말이 생각난다

'모난 돌이 정에 맞는다던가?

대나무 처럼 잘 빠지고 키큰 나무는 벌목꾼이 먼저 베어간다

허리가 휘고 보잘것 없는 나무는 그래서 오래도록 베임을 안 당하고 오래 버틸 수 있다고 했다

잘난 체하며 쑥쑥 자라지만 결국엔 눈 무게 마저 못 이기고 저리 꺾이는구나...'

 

규봉암의 산세가 장난이 아니다 주상절리대가 병품처럼 뒤를 감싼다

 

뒤에서 바라다 본 무등산 정상

 

▼ 신선대 억새평전에 다다르니 배꼽시계가 난리를 친다

몇몇 등산객이 점심을 한다면 걸어들어가는 모습이 마냥 부러울 수가... 

 

무등산에선 유독 아름드리 나무를 쉽게 볼 수 없었는데 이곳 꼬막재에 이르니 편백나무와 소나무가 울창하다

 

▼ 관리사무소 앞의 공원에서 슈퍼를 찾아 막걸리 한 병과 젓가락, 종이컵을 구해 고추참치 캔을 안주 삼았다

식당마다 2인분 이상의 메뉴만 그득해 혼자 식사를 해결할 곳을 찾기가 수월치 않다 

 

 

 ▼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무등산 인증샷을 부탁했더니 자기네 관리사무소를 배경으로 찍어준다

아마도 이게 확실한 인증샷이라 생각한 듯 ㅎㅎ

 

조금만 더 내려가면 원효사고 거기서 터미널행 버스가 있다는데 시각이 아직도 2시를 넘지 않았다

오던 길이 눈과 얼음, 낙옆, 진흙 등으로 구간마다 달라 아이젠을 쉽게 벗을 수 없어 계속 찼더니만 발이 너무 아팠다

그나마 막걸리로 간단하게 요기를 해서인지 다시 힘이 생긴다

시간이 너무 떠 다시 토끼봉으로 올라 증심사로 내려가면 2시간 정도 걸린다기에 산행을 재개한다

 

오르는 길에 한 어르신을 만나 많은 얘길 주고받으며 동행했다

하산길도 토끼봉을 경유하면 많이 우회해 길이 머니 바람재에서 바로 내려가라신다

산행하면서 느낀 건데 이곳의 산꾼들은 지나치면서 모두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건넨다

예외는 없었다 모두 인사를 건네고 내가 먼저 '수고하십니다' 해도 돌아오는 답은 '안녕하세요?'다

옛부터 유배지가 많았던 지역인 탓에 지금도 전라도로 인사발령을 받으면 '귀향간다', '좌천된다' 고들 한다고 한다

하지만 전라도를 떠나면서는 정이 너무 든 탓에 울고 간다고도 한다

그만큼 정이 많은 곳이란 느낌과 함께 오랜 세월 억압받던 민초들이 많아서인지 밤새 안녕이 가장 큰 관심 거리고

그래서 인사말도 '안녕하세요?' 가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음을 넌지시 알리려는 건 아닐까 싶다

 

▼ 원효사에서 오르는 길은 모두 포장도로다 ?

 

▼ 증심사를 지나쳐오니 새벽에 봤던 길이 낯설다 

 

▼ 무등산을 떠남에 앞서 다시금 무등산을 뒤돌아 본다

하산길을 중봉이 아닌 규봉암쪽으로 정한 것도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생각한다 

무등산의 숨은 모습을 더 많이 감상할 수 있어 정말 좋은 산이란 느낌이다 

 

▼ 새벽에 헛걸음질을 하게했던 그 뼉따구집을 다시 찾았다

기필고 맛보고 가리라  헌데 푸짐하고 돌솥밥을 준다는 것 외엔 왜 이집이 유명한 지 이유를 모르겠다

신천에도 광명시에도 이보다 더 맛있고 싼 뼈다귀집이 얼마나 많은데...

묵은지는 먹을만 했고 갓김치는 특유의 향과 쏘는 맛이 없어 그랬다 

청양고추 못 먹는 나같은 사람을 위해선 풋고추나 양파라도 좀 주지 '없다' 한다 칫~

잘 나가고 유명한 집일수록에 손님을 잘 대접해야 하는데 늘 일하는 분들의 서비스 정신이 문제다

 

 

▼ 터미널 앞에서의 인증샷

 

 

현재 시각이 16시 30분이니 자그마치 13시간에 가까운 산행길이었다

중간중간 배고픔도 목마름도 참다보니 무척 힘이 들었다

아무리 험하지 않은 산이라해도 해발이 1,000m가 넘는 산을 넘 가벼이 여겼단 생각에 반성한다

의정부행 마지막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새벽 1시 30분...

 

역시나 단독산행의 참맛은 혼자 가고 싶은 곳, 가고 싶을 때 기다림 없이 갈 수 있고

내 맘대로 코스도 정하고, 쉬고 싶을 때, 먹고 싶은 것을 내 맘대로 할 수 있단 게 아닐까 싶다 ^L^

 

▼ 무등산 산행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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