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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섬산행·여행

2018. 02. 7 [제주도에서의 하루]

by 뚜시꿍야 2018. 2. 8.



눈을 즐기는 사람에겐 설국이 아름다움으로 보일 테지만 일상을 사는 사람들에겐 무척이나 불편할 것이다

연 4일간의 눈이 내린 제주도...

설국을 만끽하기 위해 제주도를 한 달만에 다시 찾았다

하지만 공항에 도착하니 또 다시 눈발이 날린다

약간의 설레임과 불안감을 안고 출발했으나 하루의 일정이 모두 꼬여버린 날이 되었다

출국장 검사대에선 또 걸려 가방을 다 털어야 했다 

올림픽 때문에 신발까지 벗는 강화된 검사도 오래 걸렸지만 준비한 핫팩과 발열팩이 문제였다 ㅠㅠ



너무도 힘겨워 계획을 할 수 없었던 하루의 일정을 마치고 차를 반납하려고 돌아서는 길에

저 멀리 뭉게구름이 가득했는데 자세히 보니 구름이 아니라 일몰 직전 잠시 드러난 햇살에

한라산의 전경(남벽)이 펼쳐진 것이었다

급히 차를 세우고 높은 곳으로 뛰어갔다

일몰은 그야말로 눈깜짝할 새에 사라지기 때문에 햇살이 잠시 드러난 한라산의 전경을 보고 싶은 마음에 급했다

단 5분이었지만 드러난 한라산의 모습은 신선하다 못해 이국적인 모습 같기도 성지(聖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이 벅차고 흥분된 순간이었다

이 한 순간만으로도 또 다시 1년은 버틸 수 있겠다 싶다

올 겨울산행 설국에 대한 목마름은 이 순간 하나로 모두 해갈되었다




결항과 지연이 잦다보니 주차장도 썰렁~




렌트를 하고 직원에게 물어 맛난 해장국집을 찾아갔다

이른 아침부터 식당에 모인 사람들도 눈 얘기가 화두였다

50줄은 넘어 보이는 아주머니도 초등학교 이후 이렇게 많은 눈은 처음이라는... 




선지해장국과 소고기 편육이 섞인 설렁탕을 섞은 듯한 비주얼과 맛이었다

낯선 맛이었지만 묵은지 같아 보이는 김치가 특이한 게 맛있다 

두어 시간 잠을 잔 탓에 한잔하고 싶었지만 운전 때문에 오후로 미룬다




식당 앞의 놀이터인데 계속되는 눈으로 치우지 않은 듯

시내임에도 쌓인 눈이 제법 된다




어떡해서든지 한라산에 최대한 근접한 곳으로 가기 위해 스노우체인을 채운다

헌데 이 스노우체인으로 하루가 더 힘들어졌다

시내 중심가의 제설작업을 먼저 하고 이후 한라산 진입로 등을 제설작업하는 듯

해서 시내선 벗겨야 하고 조금 높다 싶은 곳에선 다시 장착해야 했다

나중엔 헐거웠는지 직물로 된 체인이 모두 아작나 다시 렌트카 사무실로 돌아가 교환해야 했다

도로서 체인을 감다가 버스가 튀기는 눈녹은 물을 뒤집어쓰기도... ㅠㅠ




눈속에 갇힌 펜션

많은 관광객이 렌트를 하고서도 겁이 나 운전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한라산으로 가는 모든 도로는 통제되었다

최대한 접근하기 위해 이리저리 기읏거리다 절물휴양림으로의 입구엔 통제하는 사람이 없어 일단 고~

이런 눈속에서도 보드를 즐기기 위해 오는 사람이 있었다

푹푹 빠지는 길을 보드를 들고 오르고 있었다






다행히도 절물휴양림까지 오르는 동안 마주치는 차량이 없어 올 수 있었다

아마도 휴양림 앞이라 직원들이 눈을 치운 듯하다

한라산의 모든 관리소나 대피소 직원들 조차도 고립되어 비상식량으로 버틴다고 하던데...

이곳이라도 볼까 하다 조금 더 가면 사려니숲길이기에 욕심을 내었다






허걱~

주차장도 버스 승차장도 사라졌다

눈에 덮힌 차량은 아마도 직원의 차량인 듯한데 완전 눈에 덮혔고

족히 50cm는 넘어 보이는 저 길로 들어설 수가 없었다








차를 돌릴 수도 없어 오다 보니 516도로와의 교차점 인근까지 왔다

제설차가 한 번 지나간 듯한데 눈발이 다시 날리는 상황

눈에 보이는 몇몇 등산객은 차를 버리고 걸어서 올라간다

한라산의 설경은 보지 못해도 비록 차도지만서도 이런 숲길을 걷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더 올라보고 싶었지만 체인이 다 뜯겨진 상황이라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도 차를 세우고 고민에 빠진 듯...




















다시 체인을 교환하기 위해 제주시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돌문화공원도 역시나 눈으로 덮힌 모습




다시 눈발이 날린다 ㅠㅠ




체인을 감았다 풀었다 다시 교환해 감았다 풀었다를 반복하고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

남은 시간을 채우기 위해 이호테우해변을 찾았다








선인장마을까지는 돌아오는 시간이 애매해

애월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며 겨울 제주도의 찬바람을 맞는다














애월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다 돌아오는 길에 마주한 한라산의 전경...

너무 황홀했다

오늘 하루의 고단한 일정도 모두 이 한 순간으로 잊혀진다

백록담에 서서 이곳을 바라본다는 상상을 해본다






차를 반납하고 뒤풀이를 위해 동문시장으로 향했다

소문난 해장국집은 많겠지만 초입에서 행상을 하시는 어머니께 물어 찾아간 순대국집 

골목이 너무 음산해 발길이 쉽지 않은 곳에 위치한 안성식당이다






가격도 착하다

순대국에 있던 새끼보 맛에 반해 새끼보를 따로 주문해 한 병을 비웠다

좀 전의 흥분이 가시지 않아 술맛까지 더없이 좋았다

기분에 취해 주인 아주머니와 수다를 떨다가 준비해간 행동식을 모두 털어 드렸다













빅뱅 / 하루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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