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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Behind Story

'털중나리'의 전설

by 뚜시꿍야 2008. 7. 15.

 

 

털중나리

 

 

 

 

 


한 여름에 산을 오르다 보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나리들을 만나게 된다.

나리들은 그 모습이 아름다우려니와, 그 빛깔도 모두 환하다. 바라보는 그 눈길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주근깨투성이인 말괄량이 소녀같은 참나리를 기본으로 하여, 하늘을 바라보면 하늘나리, 땅을 바라보면 땅나리, 그리고 나를 바라보면 중나리라고 부른다.

그런데 중나리 중에서도 유독 몸에 털을 많이 지니고 있는 게 있다. 그래서 그 이름도 ‘털중나리’라?부른다. 왜 이 중나리는 털을 이렇듯 많이 지니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무슨 기막힌 사연이 있을 성싶다.

옛날, 용모는 빼어나게 아름다우나, 그 성질이 너무나 사나운 처녀가 있었다.

그 소문이 워낙 심하게 널리 퍼졌으므로, 어느 누구도 감히 그 소녀에게 청혼을 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꾀가 많은 한 젊은이가 용감하게 그 여자에게 청혼을 해서, 일사천리로 결혼이 이뤄졌다.

첫날밤이었다.

자정이 넘어, 신랑은 곤하게 자고 있는 신부의 이불에 물 한 사발을 쏟아 붓고는 모르는 척 잠을 잤다.

아침이 되어, 눈을 뜬 신부는 깜짝 놀랐다. 첫날밤에 그만 오줌을 쌌으니, 이런 망신이 어디 또 있으랴.

신부는 그날 이후로 신랑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어느덧 세월이 흘렀고, 남편이 환갑을 맞게 되었다.

그 잔칫날, 즐거운 마음으로 술이 거나하게 된 남편은, 이제는 진실을 밝혀도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첫날밤에 있었던 일을 아내에게 이야기했다.

그 말을 들은 아내는 대뜸,“내가 그런 줄도 모르고, 한평생 고개를 들지 못하고 살았구나.”

하고 다시 사나워져서, 남편에게 달려들어 그의 수염을 모두 뽑아버리고 말았다.

아, 그 여인이 죽어서 털중나리로 다시 태어난 것이나 아닌가.

남편의 수염을 몽땅 뽑아버린 그 벌로 해서 그 몸에 많은 털을 지니고 있는 것이나 아닌가.

털중나리는 몸 전체에 털이 있으며, 잎에도 양면에 잔털이 발생한다.

그렇기에, 아침이면 이슬이 눈물방울처럼 맺힌다.

마치 지난 일을 후회하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나를 바로 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인 모습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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