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명 조식선생의 영정
칼과 방울을 찬 선비
쨍! 쨍!
“조식 대감님 지나가신다.”
시전에 모인 사람들은 방울 소리만 듣고도 그가 남명 조식임을 알았다.
조식은 퇴계 이황과 함께 16세기 조선 성리학의 양대산맥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는 이황과 달리 관직에 나아가지 않았다.
여러 차례 벼슬에 임명되었지만 모두 사퇴하고 제자들 교육에 힘썼다.
출사를 거부하고 평생을 처사로 지냈지만 그는 결코 현실을 외면한 것은 아니었다.
그가 남겨놓은 기록 곳곳에서 현실정치의 폐단에 대한 비판과 함께 대응책을 제시하는 등 민생의 곤궁에 대해 적극적인 참여의지를 보여주었다.
임진왜란 당시 곽재우 등 의병장 다수가 그의 문하생이었던 것만 봐도 그의 사상을 알 수 있다.
조식은 늘 허리춤에 ‘성성자(惺惺子)’라 불리는 쇠방울을 차고 다녔다.
마음 속 총총한 별이라는 뜻으로 마음 속 별과 별이 부딪치면서 천둥소리를 냈다.
순간 그는 긴장하게 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방울이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스스로를 경계했다.
그는 방울 소리를 들으며 자신을 돌아보고 또 돌아보기를 반복했던 것이다.
성성자와 함께 그가 늘 갖고 다녔던 것은 ‘경의검(儆義劍)’이라는 칼이다.
경으로 마음을 곧게 하고 의로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게 곧 경의며 그의 사상이자 삶이었다.
그는 불의와 타협하지 않을 뿐더러 사회모순은 대놓고 비판했다.
상소를 올려 부조리를 밝히고 지적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가 올리는 상소는 임금이 가장 꺼리는 상소이며 가장 오래 들여다보는 상소라 할 정도였다.
자신을 온전히 추스르고 경계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아끼지 않은 ‘칼과 방울을 찬 선비’ 남명 조식.
그는 가장 큰 적은 바로 자기 자신이며 자신의 마음과 싸워 이기는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임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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