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중나리
나리들은 그 모습이 아름다우려니와, 그 빛깔도 모두 환하다. 바라보는 그 눈길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그 소문이 워낙 심하게 널리 퍼졌으므로, 어느 누구도 감히 그 소녀에게 청혼을 하지 못했다. 자정이 넘어, 신랑은 곤하게 자고 있는 신부의 이불에 물 한 사발을 쏟아 붓고는 모르는 척 잠을 잤다. 아침이 되어, 눈을 뜬 신부는 깜짝 놀랐다. 첫날밤에 그만 오줌을 쌌으니, 이런 망신이 어디 또 있으랴. 신부는 그날 이후로 신랑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 잔칫날, 즐거운 마음으로 술이 거나하게 된 남편은, 이제는 진실을 밝혀도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첫날밤에 있었던 일을 아내에게 이야기했다. 남편의 수염을 몽땅 뽑아버린 그 벌로 해서 그 몸에 많은 털을 지니고 있는 것이나 아닌가. 그렇기에, 아침이면 이슬이 눈물방울처럼 맺힌다. 마치 지난 일을 후회하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나를 바로 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인 모습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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