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 녹스-외팔로 패션모델대회에서 주목받다
세계적인 패션 매거진 ‘마리 끌레르’가 ‘외팔 모델’을 등장시킬 예정이란 소식에 해외 누리꾼들의 시선이 고정됐다. 영국 BBC3 채널의 한 프로그램에 여덟 명의 모델 지망생이 등장했다. 이들은 남달랐다. 휠체어를 타거나 의수를 착용한 사람도 있고, 말을 전혀 못 하는 사람도 있었다.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패션모델을 선발하는 리얼리티 쇼이기 때문이다.
장애인 모델을 선발하는 영국 BBC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최종 우승을 거머쥔 켈리 녹스가 그 주인공. 녹스는 태어날 때부터 왼쪽 팔꿈치 아래 부분이 없었지만 스스로를 ‘장애인’이라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레스토랑에서 아주 질긴 고기를 잘라야 했을 때 빼고는 불편했던 적도 없어요. 장애인이라는 말조차 써 본 적 없는걸요. 오히려 사회가 저에게 ‘장애인’이라는 딱지를 붙여주죠”라는 녹스는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대회 출전을 결심했다고.
“제 모습에 슬퍼할 수도, 웃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왼쪽 팔이 자라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를 극복하는 것 뿐이었어요”라고 밝힌 그녀는 7살부터는 의수조차 착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회 1등을 차지하며 ‘마리 끌레르’에 등장하는 것은 물론 영국의 ‘테이크 2 모델 매니지먼트’와 계약해 전문모델로 활동할 기회를 얻은 녹스는 앞으로의 활동에서도 의수를 착용할 생각은 전혀 없으며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겠다고 선언했다.
데일리 메일 인터뷰에서 켈리는 “프로그램 지원자 모집을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 신청했다”며 “정작 나는 장애를 의식하지 않는데, 사회가 내게 장애인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다는 걸 방송 출연 뒤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 재키는 집에서 장애(disability)란 단어조차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딸을 배려했다. 어머니가 웬만한 일은 스스로 하도록 가르친 덕에 그는 어려서부터 옷을 혼자 입고 식사도 한 손으로 거뜬히 해냈다. 다섯 살 땐 한 손으로 자전거 타는 법도 배웠다. 큰 불편이 없으니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걸 의식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곱 살부턴 거추장스럽고 무겁다며 의수 없이 왼팔을 드러낸 채 다녔다.
“클럽에 춤을 추러갈 때도 민소매 옷을 입는다. 팔 끝을 가리려고 펄렁거리는 긴 소매를 입는 건 불편한 일이다. 장애란 게 창피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사람들이 한 번 더 뒤돌아보지만 상관없다.” 방송 덕에 ‘장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를 얻었다는 그는 이를 계기로 세상을 보는 시각이 더욱 넓어졌다고 말했다. 다른 장애를 가진 출연자들과 생활하면서 그들을 이해하게 됐기 때문이다. “두 팔을 다 가졌다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오히려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했다.”
특히 그는 출연자 중 교통사고로 뇌 손상을 입고 마비와 경련으로 고통받는 제니 존슨의 이야기를 했다. 화보에서 그는 민소매 드레스를 입고 짧고 뭉툭한 왼팔을 드러냈다.
물론 ‘완벽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패션계에서 켈리의 등장이 과연 커다란 전환점이 될 수 있겠냐는 지적도 있다. 그녀를 촬영한 랜킨조차 “켈리는 잠재력 있는 훌륭한 모델”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패션 업계에서 장애인의 외모를 포용할 수 있을지, 나도 자신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켈리는 “내가 좋은 선례가 됐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며 “‘할 수 없다’는 생각만 하지 않는다면 뭐든 이뤄낼 수 있다는 걸 내가 증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당당한 아름다움을 가진 그녀에게 ‘모델로서 더 멋진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