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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방/아름다운 사람

120전투경찰대의 '아주 특별한 신고식'

by 뚜시꿍야 2008. 9. 3.

 

120전투경찰대의 '아주 특별한 신고식'

 

 

장애인 봉사활동으로 신병 맞이하는 제120전투경찰대
“어이, 신병!”
“이경, 홍! 승! 표!”
“오늘 신병 신고식이 있을테니 준비하고 있도록! 알겠나?”

자대배치 5일째, 아직 신병 교육 기간인 제120전투경찰대 소속 홍 이경.
고참의 신고식 엄포에 가뜩이나 바짝 얼어있는 홍 이경과 신병들의 얼굴엔 긴장한 빛이 역력하다.  잠시 후 봉고차에 실려 도착한 곳은 화성시 향남면 한적한 시골마을의 장애인복지시설.   어리둥절해 하는 신병들을 뒤로한 채 고참들은 무거운 겉옷과 군화를 벗어 던지고 바지를 걷어붙이는가 싶더니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는 그저 일상적이라는 듯 익숙한 솜씨로 일손을 거든다.

“거기 너희들도 빨랑 와서 거들어~ 이게 신고식이다!”

경기지방경찰청 소속 제120전투경찰대의 '특별한 신고식'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제120전경대는 신병이 자대배치를 받으면 신병 교육 기간 중 가장 먼저 이곳 장애인복지

시설로 데려오는 독특한 부대 문화를 가지고 있다.  

통과의례지만 자칫 강압적인 분위
기와 폭력으로 얼룩질 수 있는 신고식을 봉사활동으로 
대신하는 것.
  이 같은 전통은 벌써 5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말동무가 생겨 신이 난 이은식씨(39)
가 나타나 대원들에게 쇼핑봉투 붙이기 작업을 
지시하는 작업반장을 자처하고 나섰다. 

“아이참, 다 만든 봉투는 거기 놓으면 안돼!  
여기다 둬야지!"
“네, 똑바로 하겠습니다.”

▲ 제120전투경찰대원들이 장애인복지시설   
작업반장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핀잔을 주자 군기 바짝 든 목소리로 답하는 대원들.
함께 빨래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복지시설 가족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쇼핑봉투를 붙이다 보니 한가득 쌓여있던 작업물은 바닥을 드러내고 그 사이 대원 몇몇은 러닝 바람에 바지춤을 걷어 올린 목욕관리사로 변신, 복지시설 가족들의 목욕을 돕는다.마당 넘어 세탁실에서는 커다란 고무 대야에 담긴 빨래를 대원과 시설 가족이 함께 발로 꾹꾹 밟아가며 뭐가 그리 재밌는지 깔깔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잔뜩 얼어있던 신병들도 이날만큼은 표정이 살아난다.
봉사활동 자체도 의미 있지만 이날처럼 계급과 신분에 관계없이 모두가 함께 웃으며 화합할 수 있는 시간이 흔치 않기에 더욱 귀한 자리라는 것이 제120전경대원들의 공통적인 생각.   제120전경대 자체 소규모 봉사동아리를 이끄는 총 책임자격인 김용운 인사관은 “부대가 낯설고 적응을 못해 힘들어하는 신병들도 이곳에 한번 데리고 오면 자신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소외계층을 도우면서 어느새 용기와 희망을 얻고, 더불어 사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고참들과 가까워지고 돈독해지는 동기애는 덤. 이게 바로 제120전경대의 독특한 부대문화가 생겨나게 된 배경이다.

김 인사관은 또 “봉사활동이라고는 칭하지만 사실 우리가 더 많이 배우고 얻고 돌아가게 된다”며 “자주 찾아뵙진 못하지만 여기 있는 시간만은 온 마음을 다해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특별한 신고식을 치른 홍승표 이경(21)은 “고참들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보람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소감을 털어놓았다.

집에서 빨래 한번 해본 적 없다는 서민철 이경(21)도 “말이 필요 없다. 남을 도울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까만 얼굴, 무뚝뚝한 말투.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서 베어 나오는 미소는 세상 그 무엇보다 아름답다.


[노컷뉴스 제휴사 / 끼뉴스 한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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