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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넌방/살며 사랑하며

비오는 날이면

by 뚜시꿍야 2008. 9. 22.

 

 

 

 

 

직장인들에게 제일 참기 힘든 고역 중의 하나가 퇴근길 음식냄새를 외면하려는 몸짓이다

나 역시 퇴근길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노라면 약간의 시장기가 돌면서 주변에서 풍겨지는 음식냄새에

술 한 잔 생각이 굴뚝 같아진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알 수는 없지만 비가 오는 날이면 항상 동동주에 파전을 먹고 있다는 것이다

 

퇴근준비를 하면서 팀원들에게 "한 잔 할까?" 하고 말을 건넨다  

처음 몇 번은 좋다며 따르던 팀원들이었지만

비가 오는 날이면 당연히 파전집으로 갈 거라는 생각에서인지 몇몇은 약속이 있다면서 빠진다  

그러다보면 약속없는 총각 몇과 함께하기 일쑤다

 

강남역 뒷편 자주가는 종로빈대떡 단골집 아주머니는 비오는 날이면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맞아주신다

평일에도 항상 자리가 만원이라 기다려야 하지만 비가 오는 날이면 빈자리 찾기가 끔찍할 정도다

어느 날 가게 앞에 놓여진 외제 세단을 보면서 누구 차냐고 묻자 주인 아주머니 차란다

 '허걱'  더 놀라운 사실은 압구정동에 사신다고 한다  

속으로 '이 아주머니 장사 잘 되시나보네...  내두 체인점이나 낼까...' 했던 생각이 난다

 

사실 처음 술을 배울 때 대학시절 농촌봉사활동을 하면서 주민이 따라주시던 막걸리를 먹고 체했던 기억이 있다  

플라스틱 라면그릇에 가득 따라주는 막걸리를 시원한 맛에 두어 잔 마시고나서는 정신을 놓고 빈대떡을 부쳤다 

그후 한동안 그 막걸리 냄새가 역겨워 마시지 않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막걸리가 다시 땡긴다

윗분들과 먹던 파전에 막걸리가  바로 이 맛이구나 하며 새롭게 느꼈던 것이다

 

지금도 비가 오는 날이면 누군가를 불러내 파전에 막걸리 한잔하고 싶다

 

"왠일이야  먼저 전화를 다 주고/.."

"응... 그냥 걸었어...  막걸리 한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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