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이발소는 안 보이고 미용실 뿐이다
처음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치려할 때 무척이나 쑥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지금은 자연스럽게 출입한다 이것도 습관인가보다
최근엔 체인화된 미용실이 동네에 생겨 한 달에 한 번 꼴로 찾게 된다
매번 갈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5분 내에 일어나서 세면대로 향하는 일이
마치 자동화된 기계에 몸을 맡기고 있는 듯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이발을 할 때 마다 매번 미용사는 "어떻게 해드릴까요?" 묻는다
그럼 나는 "적당히 잘라주세요" 한다
이곳에선 이발을 하면서 나누는 세상 돌아가는 얘기는 없다
미용사의 가위질과 바리깡 소리뿐...
언젠가는 한 번 낭패를 본 적이 있다
그때도 여느 때처럼 "적당히 잘라주세요" 했다
그랬더니 "깔끔하게 말이죠?" 하길레 같은 의미라 생각하고 "네~" 했다
그런데 너무 짧게 잘라서 가름마가 잘 타지지 않을 정도였다
요즘은 짧은 머리에 무쓰나 젤을 발라 가름마를 타지 않고 뭉게는 듯한 모습이 유행이라나... ?
이 '적당히 잘라 주세요' 또는 '알아서 잘라 주세요'란 말이
미용사에게는 기준이 다 다를 것인데도 불구하고 이발을 하러 가는 나는
내 기준에 맞춰 "적당히 잘라주세요", "알아서 잘라주세요"라고 요구한다
막상 이발을 하고 나서는 "너무 많이 잘랐어요", "좀 더 잘라주세요"라는 말이 가끔은 생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적당히...."라고 한다
"옆머리는 이렇게... 앞머리는 이렇게... " 설명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님에도...
생활에서도 '적당히'나 '알아서'란 말은 참 많이 쓰이는 것 같다
무게도, 크기도, 양도, 부피도 모두 '적당히'라고 표현한다
파는 사람이 "됐어요?' 하면
사는 사람은 "됐어요!" 하면 된다
'됐어요' 란 말도 외국인들에게 설명하기 가장 어려운 우리말이라고 한다
우리 인생에서 '적당히'. '됐어요' 란 어느 정도일까?
누군가 '됐어요' 할 때까지 '적당히'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영화 [내사랑] 중, 이연희의 취중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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