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나무...
운전대를 놓은 지가 거의 10년은 되어가는 듯 하다
아마도 결혼 후 출퇴근을 하는 아내를 위해 운전대를 아내에게 주고서 부터가 아닌가 싶다
그러다보니 차가 낡았어도 관리에 소흘해 지기 시작했다 지난 일요일 어머니 생신을 축하하기 가족 모두가
외식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차창문에 이물질이 끼었는지 잘 닫히지 않는 것이다
이를 본 아이가 "우리 차는 똥차야 언제 새 차로 바꿀거야?" 한다
속 마음으로야 바꿀 때가 되었다 생각하면서도 당장 내 자신이 아쉬운게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아직 멀쩡한 차를
바꾸기엔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미안한 생각도 없지 않다 친구들 아빠는 요즘 나오는 신차도
많을테지... 우리 차도 처음엔 새 차였다고 말하고 싶지만 웬지 모르게 허한 느낌이 들면서 아이의 한 마디가
가슴을 아리게만든다 비록 부모를 탓하기 위해 한 말은 아닐지언정 모든 것을 최고로 해주지 못하는 부모로서의
맘이 못내 아쉽다 생신을 축하받는 어머니의 즐거워하는 모습과 함께 어릴 적 내가 어머니께 땡깡피우며 고집
피웠던 일이 디졸브되는 순간이였다
어릴 적 방학 때면 항상 따라오는 방학숙제 책이 있었다
그 내용중에 아직도 어렴풋하게 기억에 남는 글들이 있다
- 항상 말썽만 피워 사고뭉치인 아들이 있었다
그 아들의 나쁜 행동을 일깨워주기 위해 아버지는 마당에 있는 커다란 나무에 대못을 치기 시작했다
아들이 잘못을 할 경우마다 대못 하나씩
아들은 커서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했다
어느 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장가를 간 뒤에 아이들과 함께 어머니만 혼자 사시는 집에 돌아와 보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마당 한 가운데 대못질로 뒤덮인 커다란 나무였다
아들은 그제서야 자신이 얼마나 많은 잘못을 저질렀는 지를 깨닫고 바르게 살자는 마음으로 선행을 하기 시작했다
선행을 한가지 할 적마다 집에 있는 나무의 대못을 하나씩 뽑아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기를 몇 년 후 마지막 남은 대못까지 뽑아냈지만 아들은 더 슬피 울기 시작한다
나무에 있는 대못은 다 뽑아내었지만 대못의 자욱만은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였다
아들은 나무 앞에 엎드려 아버지를 부르며 큰 소리로 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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