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부방/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서민들의 작은 약속

by 뚜시꿍야 2009. 1. 14.

 

 

어둠속에서 노란 램프를 머리에 달고 빈 택시가 달려옵니다

애석하게도 반대차선으로 달리는 택시였지만 매서운 겨울바람에

잔뜩 움츠려 있던 나는 U턴해서 태워달라는 의미로 손을 흔들었습니다

택시기사와 나는 순간 눈이 마추쳤고

그것은 서로의 말없는 약속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저 택시가 과연 나를 위해 U턴해서 올 것인가?

오는 도중 다른 손님이 손을 들면 훌쩍 태우고 가버리지 않을까?"라며

우리들의 작은 약속이 깨어질까 불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택시가 다른 손님을 태우고 사라진들 뭐라 할 말도 없는 처지였습니다

그런데 그 때 내 앞에 다른 빈 택시가 멈춰서 타라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나를 위해 먼 길을 돌아올 그 택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빈 택시를 그냥 보냈습니다

 

한참 만에 약속했던 택시가 도착했습니다

나는 반가워 얼른 차에 올랐습니다

택시 기사도 반가웠던지 미소로 나를 맞이합니다

"다른 손님들이 손을 흔들었지만 아까 한 약속때문에 그냥 유턴해 온 겁니다

그런데 오늘 길에 보니 손님 앞으로 빈 택시가 두 대나 지나더라고요

손님이 그 택시를 타고 훌쩍 가버리면 어쩌나 했어요

그래서 돌아오면서 괜한 짓 아니었나 생각했지만

뜻밖에 손님이 저를 기다려줘 얼마나 기분 좋았는지 모르겠습니다"

 

택시기사도 나의 심정과 똑같았던 모양입니다

보이지 않게 맺은 묵언의 작은 약속이었지만

함께 이뤄냈다는 뿌듯함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내내 서로 행복했습니다

 

[버려진 신문에서...]

 

 

DdooSiKkoong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