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운동회 끝 무렵 하이라이트처럼 등장하는 줄다리기
청군 백군으로 나뉘어진 양 팀이 두터운 동아줄을 잡고 힘겨루기를 한다
심판의 호각소리가 울리면 양 팀은 온 힘을 모아 잡아당긴다
"영차, 영차..."
청기와 백기는 리듬에 맞춰 하늘 가득 펄럭이고 선수들의 함성은 운동장을 가득 울려 퍼진다
양 팀이 잡아당기는 굵은 동아줄은 악기의 현처럼 팽팽히 부풀어 오른다
한참동안 줄을 당기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극한의 순간을 맞이하면
내 안에서 '너만 살짝 놔버려' 라는 유혹의 소리가 들린다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나만 살짝 줄을 놓았던 그 순간 보았던 그 치열한 삶의 모습...
아직 놓지 않은 수 많은 힘들은 동아줄에 팽팽하게 매달려 부르르 떨고 있었다
동아줄의 위를 흐르던 그 떨림은 삶의 치열함이었고, 하나로 뭉쳐진 힘이였다
난 그 강렬한 떨림에 놀라 서둘러 다시 줄을 잡고 "영차, 영차!"
더욱 소리를 높이며 나의 비겁함을 감추어 버렸다
[산소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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