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사람이 한밤중에 나무닭 울음소리를 듣는다"
책을 읽다가 눈에 띄는 글귀가 있었다
이거이 뭔 뜬 구름 잡는 소린가? 한참을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내 지식의 수준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어 사전을 뒤적여 보았다
네이버 사전에도 지식In에도 없다
몇 년이 지나 까맣게 잊고있던 글귀를 월호(月湖) 스님의 '생활禪 이야기 - 휴식" 에서 관련된 글을 찾게 되었다
길을 걸어가면 여러 가지 풍경이 펼쳐지지만, 그때 그때의 마음 상태에 따라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다르다
관심이 가는 것만 보이는 것이다
예컨대, 모자가 필요해서 사려고 하는 경우, 온통 사람들의 모자만 눈에 보인다
둥근 모자, 챙모자, 중절모, 등산모, 야구모자, 형형색색의 모자, ....
이렇게 다양한 모자가 있었나 의아할 정도이다
신발을 하나 새로 장만하려고 하는 경우엔 길을 걸으면서 사람들의 발 밑만 보기에 여념이 없게 된다
축구화, 런닝화, 테니스화, 구두, 슬리퍼, 스니커즈, 온갖 모양의 신발들...
모자 대신 신발만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고 해서 없었던 신발이나 모자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전부터 그런 신발을 신고, 그런 모자를 쓰고 다녔지만 내 눈에 유심히 띄지 않았을 뿐이다
다만 내가 거기에 관심을 보이니까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일 뿐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세상은 그저 세상일 뿐이다
자신의 시각에 맞추어서 좋다 싫다 추하다 아름답다 단정할 뿐이지
세상은 본래부터 좋고 싫거나 추하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세상이 밝고 즐겁게 보이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이 밝고 즐거운 것이다
세상이 온통 암흑처럼 느껴지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이 암흑처럼 어두운 것이다
시비분별에 익숙한 사람은 세상사를 온통 시빗거리로 본다
고요함에 익숙한 사람은 시끄러운 가운데서도 고요함을 본다
이처러 마음가는 대로 세상을 보고 산다 -
"돌사람(石人)이 한밤중에 나무닭(木鷄) 울음소리를 듣는다"
석인야청목계성 - 石人夜聽木鷄聲
[월호(月湖) 스님의 '생활禪 이야기 - 휴식' 중에서]
아무리 많은 생각을 갖고
아무리 좋은 말을 듣고 읽어도
마음이 가지 않으면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생각이 한 곳에 머무르니
보고자 하는 것만 보고
듣고자 하는 것만 들으려 한다
마음을 달리하고 바라보니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들리지 않던 말들이 귀에 들어오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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