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동안 사귀어 오는 친구 중 주말부부도 아닌 명절부부가 한 명 있다
이 친구는 전라북도에서 아버지가 하시던 조경사업을 대물림으로 하고 있다
아내는 서울서 아이와 함께 직장생활을 하며 각자 따로 살다가 명절이 되면 부모님댁에 모여 얼굴을 마주한다고 한다
왜 그렇게 사는지 짐작가는 이유가 있지만 반드시 그래서라고 단정만 지을 수 없는 것이 부부사이인지라...
그런데 이 친구 가끔 볼 일로 인해 서울을 다녀가면서 얼굴도 보이지 않고 그냥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
"잘 지냈니? 볼 일 보러 서울 왔다가 지금 내려가는 중이야"
"야! 내려가면서 전화할거면 조용히 내려갈 일이지 전화는 왜 허냐?"
"그래도 이런 기회가 있으니 생각나 전화하게 된다... 잘 지내지?"
서로의 안부를 묻는 몇 마디를 주고받고는 담에 꼭 연락하라고 하면서 끊게 된다
바쁘고 힘든 농촌생활을 이해하면서도 막상 잠시 얼굴 비치는 것 조차 게을러하는 그 친구를 탓하다가도
친구들과 어울려 기분을 푸는 것 못지 않게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더 행복한 시간이란 생각을 갖게한다
내 딴에는 힘든 생활의 고단함을 술로서라도 풀어주고 싶었는데 이번에도 내려가는 기차에서 전화를 걸어왔던 것이
내 입장에선 오래토록 못 본 탓에 못내 서운하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이러한 행동을 아주 자연스럽게 상대를 위한 배려의 행위로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 것인지
생각해 본다 내 시선에서 바라보면 최선이고 상대에 대한 배려일지 모르지만 상대에겐 배려도 선의도 아닌 부담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다 이솝우화의 두루미와 여우처럼 말이다
상대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상대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최선이 아닌 차선의 방법을 선택할 지라도 그것이 진정한 배려고 최선의 선택은 아닐런지...
친구야 건강하게 잘 지내고 네가 바쁘면 내가라도 찾아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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