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모일 것을 염려해 축제기간을 피해 벼르고 별러왔던 명성산의 억새풀 군락지를 가 보았다
(그 옛날 '아아~ 으악새 슬피우니...'의 노랫말 가사에 나오는 으악새가 바로 억새풀이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산정호수 주차장에는 이미 많은 관광버스와 자가용으로 만차가 되어 도로 옆으로까지 주차된 차들이 밀려나와
있었다 자인사를 출발지로 선택한 우리 부부는 자인사 입구까지 갔으나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식당가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자연산 버섯찌게로 점심을 해결하고 식당 사장님께 코스를 물으니 어느 코스나 소요시간은 비슷하지만 자인사 코스는 경사가 있어
조금 힘들거란 말에 집사람은 지레 겁을 먹고 무나하다는 제 1코스를 선택했다
헌데 궁금했던 것은 억새는 풀로 알고 있었는데 곳곳에 '억새꽃 축제'라는 베너가 붙어 있었다
지금도 억새꽃이 맞는 것인지 억새풀이 맞는 것인지 아리송???
(사전에는 '억새'의 뜻풀이만 여러해살이 풀이란 설명이 있는데...)
대게의 등산로 초입이 그렇듯 이 곳의 초입도 먹거리로 가득 채워진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들이 그리 불편하진 않았다
처음 흙을 밟자마자 나타난 '지압로' 가 조금 생뚱맞다는 생각이 든다 등산화를 벗고 걸어가란 건가 싶다
주민이 많지 않은 곳이니 산책로라 생각하기에도 그렇고 하산하는 등산객들의 피로한 발을 풀고 가란 뜻인가 싶다 ^L^
1시간 가량을 걸어도 등산이라기 보다는 그저 평범한 산책로에 지나지 않을 만큼 등산로가 완만했다
이미 아침 일찍 산행을 시작하고 하산하는 사람들이 오르는 사람 못지않을만큼 우리의 산행은 조금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룡폭포를 지나 처음으로 접한 깔딱고개(?) 를 지나니 우습게 여겼던 등산객들이 조금은 힘들었던지 많은 사람들이 쉬고 있었다
유치원 가방을 메고 오르는 예닐곱쯤 되어 보이는 형제는 나무 지팡이를 들고 아주 잘 오르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이들이 산을 잘 탄다는 말과 함께 머릴 쓰다듬어 준다 역시 산은 몸이 가벼운 사람들이 산을잘 탄다는 말이 생각난다
그에 반해 몹시 힘들어하던 어느 아주머니는 아까부터 30분만 오르면 된다는데 아직도 30분이라고 한다며 투덜거린다
한 번 올랐던 사람은 목적지를 알기에 적당한 힘 분배와 함께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어 쉽겠지만 어느 산이건 초보에겐 그게 쉬운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명성산 정상에 오르기 위함이라기 보다는 억새 군락지를 보러 가기 위함인듯 하다
중간 중간 보이는 억새밭을 보며 여기서 사진 찍고 가자는 사람들도 보인다
어느 덧 억새 군락지 초입에 들어서 위를 바라보니 정말 멋진 모습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집사람은 하드를 먹는 사람들을 보더니 하드 먼저 먹고 싶다고 해서 찾아보았지만 이미 다 팔고 내려가셨단 말에 적잖이 낙담하는 표정이다
잠시 포토지역인 듯 해 보이는 나무 그늘에서 쉬면서 억새밭을 바라보니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올만 한 명소란 생각이 든다
맑고 높은 가을 하늘과 너무 잘 어울리는 억새풀의 모습에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명성산 정상까지 올라가 볼 생각이였지만 너무 늦게 출발한 탓에 억새군락지를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며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오를 적엔 미처 보지 못했던 단풍들이 너무나 아름답게 보인다
산행의 묘미는 하산 후 마시는 동동주 한 잔과 몇 시간 동안 참았던 담배 한 모금의 맛도 있겠지만
아마도 차가운 물에 발을 씻으며 느끼는 이 상쾌함은 아닐까 싶다
또 다시 이 곳을 찾을 기회가 된다면 자인사쪽에서 오르는 등산로를 택해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1코스의 밋밋한 경치에 비해 자인사쪽의 등산로가 오히려 더 많은 즐거움을 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은 왜 일까?
산정호수 쪽을 바라보니 해는 이미 기울어 산능선에서 까딱거린다
명성산(해발 922.6m)
태봉국을 세운 궁예가 망국의 슬픔으로 이 산에서 통곡을 하자 산도 따라 울었다 하여 '울 명(鳴)', '소리 성(聲)'자를 붙여 명성산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1코스(6.3km, 3시간 30분 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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