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인삼의 무역왕으로 칭하는 거상 '임상옥'
그가 남긴 유명한 말 중에 '이윤을 보지 말고 사람을 남겨라' 라는 말이 있다
최근들어 지하철역 출구를 중심으로 노점상인들이 무척 많아졌다
늦은 오후 출구를 막 빠져나오자 과일 노점상이 보인다
집사람은 날이 저문 뒤에는 절대로 노점상에서 과일을 사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턱에 지나치려 했다
비 온 다음 날에는 수박이나 참외는 절대로 사지 말라고도 했다
본전도 못찾는 통에 웬만하면 과일은 내가 사지 않는다 ㅎㅎ
그때 젊은 엄마 둘이서 과일을 파는 노점상을 기웃거리며
"골드키위인데 싸게 파네 자기 돈 좀 빌려줘 내일 줄게"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얘기라 나도 잠시 발길을 멈추고 기웃거렸다
"그래... 어... 나두 돈이 없네..."
잠시 망설이던 젊은 엄마들이 이내 발길을 돌리려하자 아주머니가 말을 꺼낸다
"우린 매일 이 자리에 나와 장사를 하니 모자란 돈은 아무때고 지나다 주세요" 한다
그러자 젊은 엄마들이
"그래도 돼요? 지금 5천원 뿐인데 2상자 가져가고 매일 이 시간에 퇴근하니 나머진 내일 드릴게요"
옆에 계시던 아저씨가 한 마디 거드신다
"우린 매일 이곳에서 장사해요
과일이든, 생선이든 그날의 물건이 다를 뿐이지...
어머니 얼굴은 몇 번 뵌 적이 있어요"
그때 나이 지긋하신 어머니께서
"아저씨 두 박스 더 주세요
아이들이 맛있다고하며 한 박스를 벌써 다 먹어치웠어요"
나 역시 가끔은 필요한 물건을 사려다 혹은 식사를 하고 돈이 모자랐던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는 안 사거나 나중에 갖다드리면 안 될까요? 하고
물을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생긴다
주인이 선뜻 응해주시면 고마워서라도 하나 살 것을 두 개 사기도 하고
안면을 텃단 기분으로 다음에 다시 들르게도 된다
아마도 이런 게 장사의 기본이 아닌가 싶다
앞의 두 젊은 엄마들은 분명 다음 날 나머지 돈을 갖다드리면서 다른 물건을 샀으리라 확신한다
외국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대한민국에서만이 가능한 풍경이리라
골드 키위 사갈까? 말까?
안 사가면 본전이지만 사갔다 입에 안 맞으면 말 안 듣는다고 또 잔소리 들을 텐데....
Gilbert O'Sullivan / Alone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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