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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넌방/살며 사랑하며

묽고 묽은 술

by 뚜시꿍야 2013. 6. 18.

 

 

부처에게 물었다

 

"객지에서 가장 좋은 벗은 누구입니까?"

"친절히 길을 안내해 주는 사람이다"

 

"집안의 가장 좋은 벗은 누구입니까?"

""정숙하고 어진 아내다"

 

"미래의 가장 좋은 벗은 누구입니까?"

"평소 닦은 선행이니라"

 

노력만으로 안 되는 일이 있다면 덕(德)과 인(仁)도 그 중의 하나일게다

남의 허물을 용서한다는 것은 눈을 감아주는 것이 아니라

그 허물이 있음에도 관계를 꾸준히 이전처럼 이어가는 것이라 한다

덕과 인이 부족하다보니 그에 미치지 못함을 개탄하게 되고 스스로를 자책하게 된다

나름 쌓았다는 음덕 또한 빛 좋은 개살구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함은 여전했다

어진 이는 산을 좋아한다는데 산을 좋아한다해서 어진 이는 아니었다

 

 

 

이제도척구망양 [夷齊盜跖俱亡羊]

 

결백한 백이와 숙제도 악명 높은 도척도 다같이 얻고자 하는 것을 얻지 못하였으니

사람은 큰 이상이나 욕망을 가지기 보다는 그때그때의 즐거움을 찾아 누려라...

 

중국 송(宋)나라의 시인 소동파(蘇東坡)는 일찍 그것을 깨우친 모양입니다
생전의 부귀도, 죽어서 남기는 문장 조차도 부질없는 것이라 했으니 말입니다
‘生前富貴死後文章(생전부귀사후문장)’는 소동파의 시(詩)에서 유래했습니다
그의 ‘묽고 묽은 술’ 시 한 편으로 요즘의 허한 제 심사를 대신합니다

 

薄薄酒二首1 (박박주이수1)

薄薄酒勝茶湯(박박주승다탕)
麤麤布勝無裳(추추포승무상)
醜妻惡妾勝空房(추처악첩승공방)
五更待漏韡滿霜(오경대누위만상)
不如三伏日高睡足北窓涼(불여삼복일고수족배창량)
珠襦玉柙萬人相送歸北邙(주유옥합만인상송귀배망)
不如懸鶉百結獨坐負朝陽(불여현순백결독좌부조양)
生前富貴死後文章(생전부귀사후문장)
百年瞬息萬世忙(백년순식만세망)
夷齊盜跖俱亡羊(이제도척구망양)
不如眼前一醉是非憂樂兩都忘(불여안전일취시비우낙량도망)

묽고 묽은 술

묽고 묽은 술이라도 차(茶)보다는 낫고
거칠고 거친 삼베옷이라도 치마 없는 것보다 낫고
못생긴 아내와 악한 첩이라도 빈 방에 혼자 있는 것보다 낫다
새벽에 서리 가득 낀 신 신고 조회시간 기다리는 것은
삼복더위에 해 높이 솟도록 잠자며 북창의 시원한 바람에 만족함보다 못하며
구슬 저고리와 바지 입고 만인의 환송 받으며 북망산으로 돌아가는 것이
누더기 기운 옷 입고 따뜻한 아침 햇살에 앉아 있는 것보다 못하니라
살아서 부귀 누리고 죽어서 문장을 남긴다고 하나
백년도 순식간이고 만세도 빠르기만 하구나
백이숙제와 도척도 모두다 본성을 잃은 삶이니
지금 눈앞의 이득에 한번 취하여 옳고 그름과 근심 즐거움을 모두 다 잊음만 못하니라
 

 

 

  

DdooSiKkoong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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