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우편함은 아파트 살림을 닮은 듯
칸칸이 구획되어 한 건물 안에 입주되어 있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이
우편함을 통해 한 눈에 들어온다
모두가 똑같은 모습의 똑같은 생활을 하는 듯한,
스테인레스의 차가운 기운만이 전해진다
가득찬 우편함일지라도 사실 사람의 온기가 담긴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각종 세금 고지서, 광고 전단지, 카드 사용내역서....
사실 별로 반갑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아주 드물게 사람의 필체로 쓰여 진
손편지 봉투가 언뜻 보일 때면 반가운 마음이 든다
속사연이야 어떻든 간에 순간적으로 애틋한 추억처럼
과거에 편지를 주고받던 일들이 떠오른다
짝사랑하는 님의 집 우편함에 몰래 집어 넣던 추억도 있었는데...
차가운 쇳조각의 우편함에 온정을 불어넣을 수 있는 길은 이제 요원한 듯
김필 / 기억을 걷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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