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20대 중반 가장 혈기 왕성한 시절이었지만 내 개인사로는 암흑의 시기였다
어찌 하다보니 대학을 졸업하고 늦은 나이에 군에 입대해 논산서 훈련을 받고 강원도 102보까지 야간열차를 타고 올라왔다
여기서 다시 강원도 산골까지 들어가 다시 신병훈련을 받고 1987년 1월에 자대 배치를 받았다
당시는 사창리에 인근한 훼바지역이었으나 자대 배치 후 이어지는 GOP투입을 위한 훈련의 연속이었다
아직은 신병이라 60미리 박격포탄을 탄약 박스 없이 배낭에 한가득 짊어지고 훈련을 뛰었던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반복된 훈련을 마치고 어느 날 밤 완전군장을 갖추고 GOP까지 야간행군을 이어갔다
한겨울 눈이 쌓인 강원도의 깊은 산속을 돌고돌아 여명이 시작될 즈음이 되어서야 1년간 철책근무를 해야 할 GOP에 도착한다
GOP에 투입되고서야 화기소대에 배치를 받았고 이후 가방끈이 길다는 이유만으로 셀 수 없는 구타를 당했다
기차바퀴가 세모나다 하면 그런줄 알아야 했다
당시 소대장 중 하난 나와 같은 학번의 말년 ROTC장교였고 중대 말년 병장 또한 같은 학번이었다
화기소대장은 나보다 2년 아래의 삼사 출신의 장교였지만 구타가 만연했던 시기였고 더구나 실탄을 지급 받고 철책근무에 나서던 시기라
군기는 곧 구타로 이어지던 무식의 극치를 달리던 때였다
당연히 면회는 언감생심이었고 민간인이라고는 치마를 두른 할머니 조차도 볼 수 없는 첩첩산중의 GOP
누구 하나 죽어나가도 모를 곳이었다
실제로 GOP서 탈영병이 생기기도 자살이나 자해도 몇 차례 목격했다
만 1년 동안의 GOP생활을 하던 시기에 사회에선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박종철, 이한열 열사의 죽음 뿐아니라 13대 대선도 88올림픽도...
투사도 열사도 아닌 난 13대 대선 당시 여당 후보(노태우)에게 투표하지 않았단 이유로 또 한차례 곤욕을 치르기도 했었다
그래서 내겐 1987 이란 영화가 새로웠다
동시대를 살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전혀 알 수 없었던 시대
사회에선 많은 학생과 시민이 곤욕을 치르던 시기에 내게 있어서 1987년은 군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던 시기였다
영화를 보면서 순간순간 많은 장면들이 데자뷰처럼 기억 속에 떠올라 몇 번이고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런 역사적 사실들이 있었고
보이지 않고,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많은 이의 몸부림이 있었기에
지금의 사회는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세상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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