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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Movie & Drama

'82년생 김지영'을 봤다

by 뚜시꿍야 2019. 11. 6.

 

 

 

사진을 찍으면서 좀 더 멋진 사진을 남기기 위한 욕심은 나만은 아니리라 싶다

사실 지금의 사양만으로도 찍은 사진을 뽀샵한다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사진을 얻을 수는 있겠으나

뽀샵에 손을 데기 시작하면 끝간 줄 모르고 이어질 듯해 처음부터 손을 데지 않았다

그동안 대포(망원렌즈)를 들고 다니는 진사님들을 여러 곳에서 자주 목격했지만 그들의 결과물에 크게 괘념치 않았다

헌데 최근 카페 회원 중 한 분의 사진을 보고 나니 오래 전 망설였던 20-700밀리 망원렌즈 (애칭은 엄마백통)에 다시 눈이 돌아간다

최근에는 손떨방(손떨림방지) 사양의 새아빠백통(애칭) 부터 새새아빠, 애기, 형아, 옆집아빠, 탐아빠 등 다양하게 출시되어 있었다

자주 출사할 일도 전문가가 될 일도 없기에 가성비를 기준으로 중고 엄마백통을 구매하러 용산의 아이파크몰에 갔다

손떨방이 없는 관계로 삼각대까지 새로 장만할 요량이었다

장비를 보고 있으면 지름신이 내려 과욕을 부를 듯해 가기 전 마음 먹은 장비만 구매하고 얼른 나왔다

시간도 널럴해 온 김에 영화를 보기 위해 리스트를 살피니 한 영화가 눈에 들어온다

 

82년생 김지영

얼마 전 탤런트 서지혜 씨가 이 책을 읽었다고 SNS에 글을 남겼다가 수많은 악풀에 글을 삭제하고

이어 많은 연예인 중 유독 여성들의 글에 악플이 이어진다는 뉴스를 얼핏 들은 기억이 있다

책으로 함 볼까 했던 차에 기회가 없었는데 원작자인 조남주 씨가 영화가 더 잘 만들어졌다는 후기가 있어 영화를 선택했다

 

결론적으로 왜 이 영화가 세간의 이목을 끌면서 악플과 선풀로 극단화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도입부에서 정유미가 딸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 젓가락질하는 손목에 커다란 손목아대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

난 움찔했다

아내도 출산 후 손목 인대가 늘어나 무척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심지어 잠자리에서 아픈 손을 짚고 일어나려다 손목 인대가 더 악화된 일도 있을 정도였다

사실 당시에 산후 후유증이란 말도 처음 들었을 정도로 우매했으니...  

맞벌이였던 우린 처가의 어른들이 고령에 친부모님은 경제활동을 하셔서 아이를 맡길 형편이 안 되어

미스터 맘마의 최민수처럼 아이를 데리고 출퇴근을 한 적도 많았다

차에는 보행기부터 기저귀, 분유, 젖병, 수건, 옷가지... 등 짐이 한가득이었다

여튼 영화를 보면서 지난날 육아를 경험했던 기억에 영화가 남다르게 다가왔다

그동안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 어머니, 큰딸, 장남... 을 소재로 한 영화는 많았다

헌데 엄마이자 아내인 젊은 여성의 고단한 삶을 얘기하는 이 영화가 왜 문제가 된 걸까?

졸업 후 취업을 위해 수많은 시간을 힘들게 스펙 쌓기에 올인하다 어렵게 얻은 직장을 그만두고 

사회와 단절된 듯한 상황은 당사자가 아니면 체감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여자라는 이유로... 육아를 책임질 어머니란 이유로... 당연시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지금 나와 함께 일하는 많은 여성 중 80%가 주부다

그들의 학력이나 스펙을 보면 대단하지만 대개가 육아로 인한 사회생활의 단절로 부업으로 시작해 오랫동안 함께 일하고 있다

어쩌면 간접적으로나마 젊은 주부들의 고뇌를 많이 접했던 탓에 이 영화에 쉽게 동화될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산후우울증으로 자식을 해하는 사건이 뉴스를 타기도 하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영화가 결코 오버하진 않는다 싶다

 

병원에 꼭 가보라며 출근하려던 공유가 돌아서며 아내를 꼭 껴안는 씬에서는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공유나 남동생, 아빠의 캐릭터를 보면서 어쩜 수많은 남자에게 죄책감을 가지라는 영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악플일까?

한번쯤은 편견 없이 볼만한 영화라 생각하며 극장을 나서는 순간 다 큰 딸내미의 얼굴을 떠올린다

그 고단한 순간 또한 지나가는 삶의 일부며 지금은 오히려 어릴 때 더 함께해주지 못한 생각에 아쉬워하기도 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P.S.

영화를 4DX 상영관이란 곳에서 봤는데...이런 경험 처음...

이건 뭐 신세계라고 해야 하나?

영상에 따라서 의자가 좌우로 흔들리고 앞에선 에어로졸이 분사되고 뒤에선 바람까지 불고...

입체감이 느껴지긴 했지만 반지의 제왕처럼 스펙타클한 영화의 경우 2시간 넘게 이런 상황이라면

영화를 관람하기가 쉽진 않겠다 싶기도 했다

 

넬 / 기억을 걷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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