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넌방/살며 사랑하며

떠난 후 그립다면 그건 진정 사랑일 겁니다

by 뚜시꿍야 2024. 6. 7.

 

'살아생전에 효를 다해라, 돌아가시고 나면 많은 것들이 후회로 남을 테니...'
하지만 삶에서 얻어진 인생 선배들의 진리마저도 자주 듣다 보면 너무 흔한 말이 되어
언젠가부터는 그 말의 진정성을 무시하고 흘려버리게 되었다
이제 와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은 
내가 만약 그때 깨달았다고 해서 효를 다했을 거란 생각은 않는다

10년 전 남편을 먼저 보내고 이후의 삶에선 무려 4차례나 큰 수술을 받았으니
극히 평범하진 않은 고통의 시간이었겠구나 생각하면 가여운 여인의 삶이었지 싶다
어쩌면 그래서 더더욱 하나님께 매달린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살아생전 교회에 함께가자는 작은 소망 하나 들어주지 못했음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망선고를 받아들 때 그리고 입관하던 때 전해지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얼굴의 냉기에서는
도저히 침착함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모든 절차를 마치고 이젠 유품이 되어 널브러진 방안을 들여다보니 마음 한 켠이 휑해지기도 한다
아직은 실감이 나질 않지만 순간순간 기억의 편린을 잡을 때면 또 ... 
시체처럼 긴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어제의 모습 그대로이다

매년 맛이 달라지는 김장김치에 올해만 담고 내년엔 사 먹어야겠다 하면서도
결국 또 거실 한쪽에서 기를 쓰는 모습이 오버랩된다
언젠가는 익숙해지겠지만 당분간은 그런 사소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그리워할 테지
장례식 내내 소리 내어 운 적이 없었는데...

부디 그곳에서 아버지와 함께 못 다하신 사랑 이루세요

그런 와중에 딸아이가 남친이라며 소개를 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잠시나마 슬픔을 잊고 웃을 수 있었던 순간도 있었다
이렇게 부모와 자식 간의 삶은 이어져 나가는 건가 싶다

함백산추모공원

 

 

 

 

 

 

'건넌방 > 살며 사랑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 겨?  (1) 2024.04.02
나의 아저씨  (0) 2023.12.28
4/21 [나만을 위한 시간...]  (0) 2023.04.21
2021년 작품 리스트  (0) 2022.01.06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  (0) 2021.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