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고서(古書)를 한 편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 여기며 옮겨본다.
항탁과 공자의 선문선답(禪問禪答 : 도를 깨우친 사람들이 주고 받는다는 말)
돈황(중국 간쑤성[甘肅省] 서부의 도시)에서 나온 돈황본(敦煌本) 공자항탁상문서(孔子項託相問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약간 길지만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귀한 얘기니 여기서 감상해 보는 것도 재미리라.
읽는 재미를 더하기 위해 약간의 편집을 가미했다
옛날에 공자가 수레를 타고 가는데 길 한복판에서 어린아이가 흙으로 성(城)을 쌓는 놀이를 하고 있었다.
수레가 가까이 가도록 아이는 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공자왈 “아야, 어째서 수레를 피하지 않는 게냐?”
“???, 수레가 성을 피한다는 말은 들어보았어도 성이 수레를 피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슴당~.”
“허거덩~??”
말은 맞지 않는가.
공자는 벙쪄하며 수레를 돌려 아이가 쌓고 있는 모래성을 피해간 뒤 잠시 수레를 세워 소년에게 다가가 물었다
“나이는 몇짤? 이름은 뭬냐?”
“일곱 살. 성은 항, 이름은 탁입니다.”
“네 비록 얼나지만 대단히 뽀샤해 보이는구나”
“저는 그저 천지 자연의 이치를 말했을 뿐인데 뭐가 대단하단 말씀입니까?
제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물고기는 태어난 지 사흘 만에 강과 바다를 돌아다니고, 토끼는 태어난 지 사흘 만에
수백 보를 뛰어다니고, 말은 태어난 지 사흘 만에 그 어미를 �아다닙니다.
그런데 저는 일곱 살이나 먹었는걸요. 호랑이나 사자가 일곱 살이면 늙었다고들 합니다”
이 말을 듣고 공자는 항탁이란 소년의 지혜가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래? 그럼 이 아찌가 재미난 문제를 한 번 내볼까?
돌이 없는 산, 물고기 없는 물, 빗장 없는 문, 바퀴없는 수레, 송아지 없는 소, 망아지 없는 말, 고리 없는 칼, 연기 없는 불,
아내 없는 남자, 남편 없는 여자, 태양빛이 부족한 날, 태양빛이 남아도는 날, 암놈이 없는 수놈, 가지없는 나무, 하인 없는 성(城),
자(字)가 없는 사람이 뭐게?”
소년은 헤헤 웃더니 주저없이 대답했다.
“흙산에 돌이 없고, 우물물에 고기가 없고, 빈 문에는 빗장이 없고, 가마는 바퀴가 없고, 진흙소는 송아지가 없고, 목마는 망아지가 없고,
작두는 고리가 없고, 반딧불은 연기가 없고, 신선은 아내가 없고, 선녀는 남편이 없고, 겨울에는 해가 부족하고, 여름에는 해가 여유가 있고,
홀로 된 수놈은 암놈이 없고, 마른 나무는 가지가 없고, 빈 성에는 하인이 없고, 어린아이는 자가 없지요. 뭐 그런 걸 다 물으십니까?”
“햐~, 뉘집 자식인지 똑똑하구나!
너와 함께 천하를 주유했으면 하는데 생각이 있느냐?“
소년은 머리를 가로 흔들면서 공자의 청을 거절했다.
“가지 않겠어요. 저는 엄한 부친의 시중을 들어야 하고 자애로운 어머님을 봉양해드려야 해요.
또 큰 형님을 모셔야 하고 밑의 아우를 가르쳐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아저씨를 따라갈 수 없어요.”
장난기가 발동한 공자가 다른 제안을 했다.
“내 수레에 화투 한패가 있는데 우리 맞고 함 할까? 점당 얼마 할까?” (원본에선 바둑 내기)
“저는 노름이나 잡기는 안 해요.
천자가 노름을 좋아하면 풍우(風雨)를 기대할 수 없고, 제후가 노름을 좋아하면 국사가 다스려지지 않으며, 관리가 노름을 좋아하면 행정이 늦어지고,
농부가 노름을 좋아하면 파종하고 거두는 시기를 잃고, 학생이 노름을 좋아하면 시서(詩書) 읽는 것을 잊어버리지요.
아이가 노름을 좋아하면 종아리를 맞게 되어 역시 도움이 안 되는데 무엇하러 그것을 배우겠습니까?”
공자는 소년에게 뻑가서 다시 물었다.
“열국은 전쟁하지 않는 날이 없을 만큼 시끄럽다. 그래서 내가 너화 함께 천하를 평등하게 했으면 하는데 하겠느냐?”
공자는 이번만은 아이가 대답을 못할 것이다 확신을 하고 물었다.
그렇건만 소년의 대답이 줄줄 나왔다.
“천하를 어떻게 평등하게 할 수 있습니까?
높은 산이 있기도 하고, 강과 바다가 있기도 하며, 공경(公卿)이 있고 노비가 있는 경우도 있어 도저히 평등해질 수 없습니다.”
“너하고 나하고 둘이서 높은 산을 깎아 강과 바다를 막아버리고, 공경을 제거하고 노비를 없애면 천하의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을까?”
“높은 산을 깎으면 짐승은 어디서 살며, 강과 바다를 막아버리면 물고기는 어디서 삽니까?
공경을 제거하면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해도 막아줄 사람이 없고, 노비를 없애면 군자가 마음놓고 학문을 하고 나라를 경영할 수 있겠습니까?”
'어쭈구리.. 욜마보게'
공자는 서서히 모리서 김이 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렵다고 생각한 질문을 또 한다.
“참으로 훌륭한 대답이로다.
너는 혹시 집 위에서 자라는 소나무, 문 앞에 자라는 갈대, 책상 위에 있는 부들, 개가 주인에게 짖어대는 것, 며느리가 앉아서 시어미를 부리는 것,
닭이 꿩으로 변한 것, 개가 여우로 변한 것이 무엇인지 알겠느냐?”
“지붕 위에 자라는 소나무라면 바로 서까래고, 문 앞에서 자라는 갈대라면 발이고, 책상 위에 있는 부들은 방석이고,
개가 주인을 보고 짖는 것은 객이 앞에 있기 때문이고, 며느리가 시어미를 부리는 것은 신부가 처음 시댁 문을 지날 때고,
닭이 꿩으로 변하는 것은 산과 못에서고, 개가 여우로 변하는 것은 구릉에서지요.”
- 닭과 꿩, 개와 여우 얘기는 옛날 사람들이 일반상식으로 그렇게 믿었다니 여기서 따질 일은 아니다 -
공자는 마지막 히든카드를 뽑았다.
“얘야, 너는 아내와 부모 중 어느 쪽이 가깝다고 생각하느냐?”
“부모가 더 가깝지요.”
공자는 의기양양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설명했다.
“아니다. 부부가 더 친하단다.
살아 있을 때에는 밥상과 침상을 같이하고 죽어서는 관을 같이 쓸 만큼 아끼고 사랑하는 게 이토록 지극하니 어찌 친하지 않겠느냐?”
“도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사람에게 어머니가 있는 것은 나무에 뿌리가 있는 것과 같고, 남자에게 아내가 있는 것은 수레에 바퀴가 있는 것과 같지요.
수레가 부서져 다시 만들 경우 새로운 바퀴가 필요하듯이 아내가 죽어 새 장가를 들면 좋은 아내를 다시 얻을 수 있지요.
나무가 죽으면 모든 가지가 말라버리듯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모든 자식들이 고아가 되니,
아내를 어머니에 비유하는 것이 어찌 거꾸로 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쯤되자 공자는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입을 떡 벌리고 있는 사이 이제는 거꾸로 소년이 공자에게 물었다.
“저도 좀 묻겠습니다.
아저씨, 오리와 거위는 어째서 물에 뜨고, 기러기와 학은 어째서 울 수 있으며, 소나무와 잣나무는 어째서 항상 푸른지 아시나요?”
“거위와 오리가 물 위에 뜰 수 있는 것은 다리가 각이 졌기 때문이고, 기러기와 학이 울 수 있는 것은 목이 길기 때문이며,
소나무와 잣나무가 항시 푸르른 것은 중심이 강하기 때문이다.”
- 비과학적인 대답이나 당시 과학이 덜 발달한 상황에서는 통하는 답이다 -
“틀렸어요. 거북이와 자라는 다리가 각이 지지 않았어도 물에 잘 뜨고, 두꺼비는 목이 짧은 데도 잘 울지요.
대나무는 속이 비었거늘 항시 푸른 것으로 보아 아저씨 대답은 틀렸습니다.”
'으~ 으~ 으~'
열이 받을대로 받은 공자도 인간이거늘 이쯤 되자 이성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얼나에게 질 수 없다는 생각에 또 물었다.
“너는 하늘의 높이와 땅의 두께가 얼마나 되고, 하늘에는 몇 개의 기둥이 있고, 비는 어디에서 생겨나고,
서리는 어느 곳에서 생겨나고, 이슬은 어느 곳에서 나오는지 알겠느냐?”
“천지는 1억 9,999리요, 땅의 두께는 하늘과 같습니다.
바람은 창오산에서 불어오고, 비는 높은 곳에서 시작되고, 서리는 하늘에서 생겨나고, 이슬은 온갖 풀에서 생겨나지요.
하늘에는 들보가 없으며 땅에는 기둥이 없습니다.
사방의 구름으로 서로 지탱하여 기둥 삼을 뿐이니 괴이하게 여길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 현대의 과학으로는 말이 안되지만 당시의 보편적인 자연관으로 대답한 것이다 -
공자는 소년의 대답을 듣고 부글부글 끓는 속을 억누르며 크게 칭찬했다.
“knock knock해, 참으로 knock knock해! 정말 후생가외(後生可畏)라더니 어린 네가 두렵구나”
공자는 소년 항탁과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의 답변이 한결같이 항탁만 못하자 내심 이 어린아이를 살해하려는 마음을 지녔다고 한다.
결국 공자가 항탁의 부모를 교모히 속이고, 산으로 공부하러 들어간 어린 항탁을 죽였다는 ‘썰’이다.
공자를 어지간히 싫어하는 누군가가 지어낸 얘기는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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