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동안 아이에게 뭔가 색다른 체험의 기회를 주고 싶어 고민하다가 종택체험을 해보기로 했다
전주한옥마을과 안동하회마을을 먼저 떠올리고 웹핑을 시작했다.
많은 블로그나 카페를 통해 경험자들의 체험기와 홈피를 통해 나름 몇가지를 체크해 보고, 안동쪽의 농암종택은 聾巖(이현보) 님의
17대손이 현재 숙박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기에 수애당과 하회마을의 북촌댁을 함께 물망에 올려놓고 고르기 작업을 했다.
북촌댁은 숙박비가 너무 비싼 이유로 포기를 하고, 결국 농암종택을 최종 선택하기에 이르렀다.
하회마을을 탐방하고 숙박지인 농암종택을 찾아나서는데 같은 안동에 위치하면서도 차량거리로만 약 90여분이 걸렸다.
청량산의 낙동강 줄기를 따라 찾아가는 길은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였다.
(밤길이었다면, 더구나 초행길일 경우 도저히 찾아가기가 쉽지 않을 듯)
농암종가에서 청량산과 낙동강 줄기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옛 선비들의 생활모습들이 그려진다
도로는 차량 한대가 겨우 지나가기에도 험하고 심산계곡의 길을 따라 가다보니 혹여나 길을 잘못 들어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찾아 가는 내내 우리의 선택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제와 다른 곳을 찾기에는 시간상으로도 불가능한 상태였다.
35번 도로를 따라가다가 산길로 접어드니 한적한 시골마을이 보였다.
'아니, 이런 곳에 무슨 종택(宗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마을은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 그 자체였다.
그러고도 약 20여분을 외길따라 가다보니 앞이 갑자기 넓어지면서 마치 경복궁같은 고택 기와집들이 병풍처럼 펼쳐져보였다.
믿기지 않을 정도의 모습이었다.
농암종택 전경
애일당
분강서원
비록 옛날 모습 그대로가 아닌 개보수가 많이 이루어진 모습이였지만 기본 골조와 황토담 그리고 툇마루 등...
옛 모습을 충분히 느끼기에는 모자람이 없었다. (경복궁을 보수할 당시의 도편수가 직접 보수한 곳이라 한다)
농암종택 구조 (분강서원은 긍구당을 지나 따로이 놓여져 있다)
분강서원 구조
긍구당
내실 & 다실(左) / 안방 (右)
사랑채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웬 강아지 한마리가 손님을 맞이하듯 계속 짖어댄다.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미 방을 차지하고 있었다.
집사람이 숙박절차를 밟는 동안 나는 먼저 저물어가는 해를 막아서려는 듯 부랴부랴 카메라를 눌러대기 시작했다.
방안은 펄펄 끓는 온돌방이였고, 말끔하게 정돈된 이불과 몇가지 가구들이 사랑채의 내실(內室 겸 茶室)임을 잘 보여준다.
다실 안은 말 그대로 많은 종류의 다기(茶器)와 소품 그리고 차가 준비되어 있었다.우린 그 중에서 고급품으로 취급받는 작설(雀舌)차를
꺼내들어 몇 잔이고 마셨다. 국화향이 진한 국화꽃차도 좋았다.마치 갈증을 풀려는 듯 말이다...(공짜니까...ㅎㅎㅎ)
소꿉놀이 하듯 즐거워 하는 아이 신혼부부의 침랑처럼 깨끗하고 포근하다
그리고 현미를 몇 번이고 쪄서 말린 듯한 모양의 차를 마셔댔다.
집사람과 정은인 구수하다면서 계속 마셔댔다.
TV와 컴퓨터가 없는 곳에서의 하루는 새로운 경험이였다
정은 엄마는 좋아했지만 그 댓가로 아이와 함께 11시가 되어가도록 오목과 세계여행 게임을 해주어야 했다.
이불을 펴고 나서도 차를 마셨고(우리가 마신 차 값만으로도 이미 숙박비는 건진 듯 하다),
술 한 잔을 하면서 혹여나 음식물이 이불에 닿을까 조심 또 조심할 정도로 너무 깨끗하고 포근한 이부자리였다
정성스런 조반 5,000원/1인
아침식사는 안주인과 일하는 아주머니 덕에 진수성찬을 받게 되었다
서울서는 먹어보기 힘든 토속적인 맛의 찬가지들이 다양하게 준비 되어 있었다.
함께 투숙했던 일행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눈인사를 주고 받았다.
그쪽 분들은 부산에서 올라오신 분들이셨고.. 식사 중 많은 얘기들이 오갔다.
그 중 어느 한 분이 차가 너무 맛나서 많이 마셨는데 무슨 차냐고 물으면서 그 차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자연메밀을 말려 놓은 차라는 것을 말이다. 첨 보고 듣는 차였다.
내실에 딸린 화장실 이름이 매우 재미났다 "강산초대소" 너무나 해학적인 표현이다
바깥 어른 또한 문학박사시라고 하신다.
주인 내외분의 따스한 느낌은 직접 대하지 않고는 전달해 줄 능력이 없어 아쉽다.
여행후 방문후기를 올려놓기도 이번이 처음이였다.
아이를 위한 여행이였지만 우리 부부에게도 다시 한번 가 보고 싶은 좋은 경험이였다.
Tip) 숙박비는 성수기/비수기 관계없이 동일
4월 중순~5월 중순에는 청량산에 봄꽃이 만개해 좋고
여름철엔 낙동강가에서 천렵하기에 좋고 (모래가 곱고 여느 해변가 못지 않게 넓음)
별채와 긍구당사이에는 평상이 있고, 개인용 의자도 준비되어 있음
다른 종가집과 달리 음식을 해 먹을 수 있으며 (바베규도 가능함)
안방 툇마루에는 기본적인 렌지등의 조리대가 마련되어 있음
최근 '미수다'의 손요가 방문했던 사진
왼쪽이 종부(宗婦)님이시고 오른쪽이 손요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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