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개천절 아이들 6명을 데리고 '국립중앙박물관'을 탐방했다
현장체험을 리포트로 제출하는 과제가 있어 아이들은 서로 맘에 맞는 아이들과 짝을 지어 한 팀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을 인솔할 수 있는 학부형이 있어야 했기에 강제로 떠밀려 1일 교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6명 쯤이야' 했던 안이한 생각이 아침 9시에 모이기로 한 시각부터 애를 먹인다
한 녀석이 전화도 받지 않고 연락도 없다 아이들이 집까지 찾아가보니 아직도 쿨쿨~ 일어날 생각도
않고 부모들도 무관심한 듯한 모습으로 '일어나라~'하고 말았다 한다 자는 아일 두고 저희들끼리
돌아와서는 고민에 빠진다 결국 10여분 후에 털레털레 걸어오는 한 녀석이 왠지 밉게 보이기 시작한다
MP3를 예약한 시각이 있기에 바삐 움직이려했지만 아이들은 저마다 갖고 있는 핸드폰으로 뭘 그리
열심히 해대는지 쑤군거리며 인도를 막아서며 걷는다 아이들이 하는대로 따라가기만 하려했지만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 잔소리를 했다 "너희들 지금부터 모두 가방속에 핸드폰 넣어!
그리고 예정된 시각이 있으니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박물관에 도착하자마자 MP3를 대여하고 아이들 목에 걸어준 다음 시간이 애매하여 점심을 먼저 먹이고
관람토록하려 했더니 배가 고프다는 아이(물론 얘네들은 아침을 안먹고 온 아이들 에구~)부터 먹을까
말까 고민하는 아이, 아직 배가 안고프다며 그냥 관람하자고 성질까지 부리는 아이 (현재 시각 11:40)...
겨우(?) 6명의 아이들에게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어서야....
박물관 관람은 자기들끼리 할 수 있다며 나는 내 볼일 보라 한다 쩝~
주차장 벤치에 몸을 이리저리 뒤틀며 3시간 동안 책을 볼려하니 돗자리 깔고 식사하는 사람들부터
놀이를 즐기는 아이들 탓에 집중도 되지 않고 햇살은 따뜻하다 못해 덥다는 기분마저 든다
1시간 후 아이들이 목마르다며 전화를 한다 음료수 파는 곳을 알려주고 "너희들끼리 사먹어! "했다
오후 3시가 조금 넘어서야 아이들이 나왔다 이제부터 또 아이들과 신경전이 시작된다
주차장 근처에서 탁본체험이 있기에 해보라고 했더니 몇 몇은 신이 나서 하겠다며 줄 부터 서기 시작
했지만 지각했던 녀석은 만사무심한 듯 기웃거리기만 한다 10여분이 지나자 집에 가겠다는 아이부터
더 하겠다는 녀석들까지 내게 조른다 헐~ 지들끼리 시간 정해놓고 하면 좋으련만....
어느 편을 들어줄 지 참 막막해 약속이 있는게 아니라면 조금만 더 하다 가자고 설득(강요?)했다
30여분이 지나자 편을 지은 아이들이 말도 없이 사라졌다 집에 가겠다며 지들끼리 사라진 것이다 에고~
간신히 찾아 나머지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귀가했다
이제 문제는 팀원들이 함께 모여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아이들은 함께 모일 시각을 정하는 것 부터 난관에 처했다
저마다 생활이 있고 학원시간까지 있다보니 약속시각을 정하는 것이 무척 어려워 보였다
다시금 요즘 아이들의 하루가 무척 바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나 곁에서 귀기울여보니 참으로 난감했다 월요일까지 제출해야 할 보고서인데 찍어 놓은
사진은 백여장이 넘어 사진 정리하는데만 꽤 많은 시간이 걸릴텐데... 5분여 동안 자기 말만 하던 아이들이
제각각으로 놀기 시작한다 자전거 타는 아이, 철봉에 매달려 노는 아이... 흠~
아이들의 말을 듣고보니 보고서만 제출하는게 아니라 모형박물관까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허걱~ 모형 중앙박물관을 만들다니... 물론 사진만으로 만드는 것이지만 장소 선택부터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아이들의 선택이였으니 어쩔 수 없다지만...
토요일 오후 언제 모일거냐 어떻게 할 거냐를 두고 딸 아이가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고 받고...
진척은 없고.... 만날 시각 정하는 것부터 삐그덕거린다
결국 일요일 저녁 8시가 넘어서야 딸 애가 끝났다며 데리러 오라 한다 보고서 4장을 만드는 과정을
아이한테 들어보니 가관이였다 TV보느라 정신 없는 아이, 가야 한다며 먼저 집에 가버린 아이,
사진 뽑으라했더니 컴겜에 아주 들어가버린 아이... 그런데 보고서 표지에는 나름 역할과 함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딸 애와 친한 친구 한 명이 오리고 붙이고 글 쓰고 다했다 한다
집주인 아이는 바로 지각했던 아이로 여전히 무관심했고.... 듣다보니 아무리 철없는
아이들이라지만 은근히 화가 났다 얘기를 전해 들은 집사람도 화가 났는지 딸 아이가 참여한 부분에는
모두 이름을 기재하라고 한다 아이들 말은 약간의 과장이 섞이는 경우가 있기에 섣부른 행동을 안하려
했지만 못내 화가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예전에도 집사람이 딸아이와 한 팀이 되어 남대문시장 견학을 한 어느 아이의 엄마를 찾아가 수고하셨다며
음료수 한 상자를 사다 드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MP3 대여료도 우리가 계산했는데 수고했다는 전화 한
통화도 없다 우리 부부만 분주하고 늦은 시간까지 아이는 고생했다 밥도 못 먹고...
딸 아이 하나도 맘대로 하기 힘든데 똑똑하다는 요즘 아이들 6명을 인솔한다는게 무척 어려웠다
우리 때도 그랬지만 여러 명이 모이다보면 요령피우는 아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꼭 있구나 싶다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아이, 말로만 하는 아이, 이래도~ 저래도~ 하는 아이, 방관자....
아이들의 세상을 들여다 보니 인간이 모여 사는 사회모습에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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