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시(詩)란 어린아이 동화처럼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
시인의 감정 그대로를
비슷하게라도 느끼기엔 내가 너무 작고
더구나 그 감정을 이해함에 있어
어려운 단어와 묘사는 나를 더 작게 한다
시를 읽고 느낀 감정을 표현하라고 한다면
나는 너무 작아져 초라해질 지경이고
그런 내게 누가 시라도 한 편 써보라 한다면
그런 그를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 불끈
그런 내게도 가끔은 아주 가끔은
'아~ 시란 이런 맛이구나
몇 안 되는 단어만으로도 이렇게 복잡한 심정을 그려내는구나'
나도 이런 표현을 하고 싶다고 느낄 때가 있다
최영미 / '선운사에서'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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