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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넌방/살며 사랑하며

도학(盜學)의 참 맛

by 뚜시꿍야 2008. 10. 30.

 

  

대에서 고참들은 시키기만 할 뿐 자세한 내용도 없이 신병들에게 하기를 강요한다  

그러나 처음 접하는 신병입장에선 고참의 시킴에 잘 해 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고참의 매질이나

훈육을 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이런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는 도학(盜學)뿐이였다 

고참들이 하는 모습을 몰래 훔쳐보고, 따라해 보는 과정에서 마침내는 고참의 시킴을 잘 해낼 수 있다 

가르쳐 주지 않는 고참들은 나 역시 그렇게 배웠으니 실컷 고생해가며 배워보라는 생각인데

스스로 깨우쳐낼 수 밖에 없지만 제대할 때까지도 모르고 지나는 사람은 고문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배우고자하는 생각이 없는 사람에겐 가르쳐도 되지 않는다는 진리를

고참들은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런 현상은 군대 뿐 아니라 직장이나, 공사장, 학교, 식당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옛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적재산(일종의 Know How)을 매우 중히 여겨 후손에게만 나름의 비법을 전수했다  

그러다보니 대가 끊어지거나 많은 왜구의 침입에 붙들려가 그 비법이 전해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장인을 우대해주는 일본에서는 그 환경이 남달라 선조들의 장인정신을 물려받는 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여기는 후손들이 지금도 많다고 한다 

 

                  ▲ (左)뿅뿅사 변용융씨 父子   (右)식도원의 양용철씨 父子

 

일본내 이와테현의 모리오카란 곳은 그냥 평범한 지방도시였다

 

느날 한 재일교포가 냉면가게를 열었다 

그런데 일본인들의 입맛에는 영 어울리지 않는 맛이였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식 냉면을 일본인들의 입맛에 맞게 연구하여 내놓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맵고, 질긴 이 냉면 맛을 본 일본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자 이상하게 처음 맛 본 그 냉면 생각이 나더란다  

그래서 다시 찾아오는 일본인들이 한 둘 늘기 시작하면서 모리오카의 냉면은 붐아닌 붐이 일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재일교포들이 이 곳에 냉면가게를 하나 둘 씩 늘려가면서 지금은 일본내에선 관광시 필수코스가 되었다고 한다    

결국 '모리오카냉면'이 탄생하게 되어 전국 웬만한 슈퍼에서도 쉽게 사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지기에 이르렀다   

 

1954년 재일동포 1세인 양용철(일본명:아오키 테루히토(青木輝人))씨가 고향인 함흥의 냉면을 모태로 하여

모리오카에 냉면집 ‘식도원’을 열은 것이 시초이다   

매운 맛을 좋아했던 양용철씨는 한국식으로 깍두기를 듬뿍 넣어서 판매하였지만,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던 일본인들에게 판매 초기에는 외면 당하기도 하였다.

식도원의 냉면이 인기를 끌자 다른 재일동포들도 '삼천리’, ‘명월관’, ‘뿅뿅사'등을 열었고,

현재도 많은 냉면집이 모리오카시에서 성업 중이다.

 

이 '모리오카 냉면'이 탄생하는 과정이 일종의 도학(盜學)의 묘미라 아니할 수 없겠다 

 

이와테현의 모리오카내에서만 유행하던 냉면을 일본 제일의 맛으로 만들어 동네 슈퍼에서도 손쉽게

사먹을 수 있도록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식도원의 참 맛을 찾아내기 위해 식당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집으로 가져와 재료 하나 하나 부터

꼼꼼히 살피기 시작한다  

물론 식당을 찾아 그 맛을 찾기 위해 손님으로 가장하여 방문하기도 수십차례였다  

곁들여져 나오는 김치 하나에서부터 식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꼼꼼히 찾아 자신만의 냉면맛을 찾아내어

전국의 체인점 뿐 아니라 포장용 냉면을 만들어 가정에서도 쉽게 요리해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냈던 것이다  

하루 6,000그릇을 판매하고 연간 600억의 매출을 올리는 바로 '뿅뿅사"의 변용융 씨다

 

도학은 가수들에게 있어서 모창을 통해 자신의 창법을 찾아내는 방법에도 있고,

작가들의 글을 읽고 흉내내는 습작에도 있고, 에디슨이 만들어 낸 발명품을 모태로 새로운 제품을

발명해 내는 것에도, 선조들의 삶의 경험에서 얻어진 지혜를 온고이지신의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생활에도 있는 것 같다

 

이러한 도학(盜學)의 참 맛을 안다면 삶의 길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뚜시는 생각해 본다

 

 

 

     DdooSiKkoong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