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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넌방/살며 사랑하며

유리창과 거울

by 뚜시꿍야 2008. 11. 1.

 

 


가난한 농부가 그 마을에서 학식과 덕망이 높기로 소문이 나있는 선비를 찾아갔다.

 

"선비님, 부탁이 있어서 찾아 왔습니다. 선비님의 지혜와 덕으로 제 어려움을 해결해 주십시오.

제게는 오랫동안 사귀어온 절친한 친구가 한 사람 있습니다. 같은 마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함께 먹고,

함께 산도 오르며 무엇이든 함께 동고동락 했습니다. 그런데 장사로 돈을 번 뒤 그 친구는 싹 변해 버렸습니다.

이제는 길에서 만나도 아는 척도 하지 않습니다. 아니 인사는 커녕 저를 전혀 모른다는 듯 그냥 지나쳐 버린답니다.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선비는 한참 동안 눈을 감고 있더니 나즈막하게 말을 꺼냈다.
"이쪽으로 와서 창을 내다 보게나. 무엇이 보이는가?"
"산이 보입니다. 집들도 보이구요. 빨래하는 아낙들과, 논길을 거니는 노인도 보입니다.

갓을 쓴 선비 한 분이 이쪽으로 걸어 오고 있습니다." 농부가 대답했다.

 

"그런가, 그럼 이번에는 이리로 와서 거울을 보게나. 무엇이 보이는가?"
"저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농부가 대답했다.

 

"그런걸세.

인간은 돈을 갖고 있지 않을 때에는 자네가 창문에서 본 것처럼 무엇이든 볼 수 있지.

그러나 재물이 조금 생기면 유리 뒤에 종이를 발라 놓은 것처럼 자기 자신 밖에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되고 만다네."


[출처:비공개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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