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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넌방/살며 사랑하며

아버님은 개전문이시네요

by 뚜시꿍야 2009. 1. 29.

 

 

  

    

                                                                        DdooSiKkoongYa 

 

  

명절날 많은 가족이 모여 즐길만한 놀이가 그리 많지 않다

초등학생들은 서로 모여 닌텐도를, 중고등학생들은 인터넷 삼매경에, 어른들은 고스톱에....

따로 모여 끼리끼리 놀다가 시간이 흐르다보면 약속이나 한 듯 모두가 TV 앞에 헤쳐모여 하게 된다 

그런데 처음에는 시시껄렁하게 생각되는 윷놀이가 하다보면 그 재미에 빠져 온 가족이 그만두지를 못한다

 

오랜만에 윷놀이를 하자고 합의를 보고 윷을 사러 나갔는데 요즘에 찾는 사람이 없어 갖다 놓지를 않는단다

동네 두어바퀴를 돌다가 간신히 구멍가게에서 구하게 되었다

 

우선 편을 나누어야 하는데 그것부터가 심상치 않다

내기를 걸어야 재미가 더할 듯 하여 1,000원씩 하자고 했더니 조카녀석이 돈내기를 거부한다

어찌어찌하여 2번 째 판부터 판돈 1,000원씩 1등에게 몰아주기로 하였다

 

역시 윷놀이는 하면서 그 재미가 더해지는것 같다

3번 째 판부터 이상하게 아버님이 던지면 '개'가 나온다

그러자 곁에서 지켜보던 집사람이(큰며느리) "아버님은 개전문이시네요" 한다

그런데 이 후에도 몇 번 더 개가 나오더니 어느덧 10차례 정도까지 연속 개가 나왔다

그 판을 잃고 다음 판에도 또 그 다음판에도 열에 여덟 아홉은 개가 나온다

결국 아버님이 뻘개진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아버지 자리에 내가 들어갔다

그런데 내가 던져도 개가 나온다

그러자 곁에 있던 집사람이 또 한마디 한다

"자기야 그 자린 개자린가봐"

웃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졸지에 시아버지를 '개전문'으로 만들더니 자리까지 '개자리'로 만들어 버렸음에도

아버지는 뻘개진 얼굴에 하나 가득 미소를 보이신다

 

어느 덧 아버지는 소파에 앉아 자식들의 윷놀이를 웃음 띤 얼굴로 지켜보고 계셨다

효란 이런 것인가?

그리 짧지 않은 시간이였지만 함께 어울릴 수 있고, 자식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부모님의 행복해 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음에 올 설은 여느 설과 달랐다

 

  

 

     DdooSiKkoong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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