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한 친구가 1년이면 거의 매일을 팔과 발에 깁스를 하고 다녔다
그 친구 주위에는 항상 책가방을 들어주거나 도시락을 먹여주는 도우미가 있었다
청소도 열외고, 반 전체가 벌을 받을 때도 열외고, 추운 날, 더운 날 상황에 따라 열외가 된다
그 모습을 부러워하던 나는 순간이나마 어디라도 다쳐 깁스를 하고 싶단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흔한 맹장수술 한 번 없던 내가 다리를 다치면서 수술대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처음엔 그냥 단순한 골절로 생각했는데 CT촬영 검사 결과 인대가 망가지고 뼈가 많이 부숴져 있다는 것이다
수술 전날 입원하고 수술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더군다나 척추에 마취를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불안감이 쉽게 떠나질 않았다
수술을 위해 이동침대에 눕혀지고 수술방으로 옮겨지는 순간 마치 저승사자에게 이끌려 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누워서 거꾸로 움직이는 천장을 바라보는 느낌이 어지럽기까지 했다
하반신 마취가 시작되었다 척추에 바늘이 찔려지고 따끔하다고 생간한 것도 잠시 하반신이 무거워진다
숨이 까빠져 오고 마치 가위에 눌린 듯 몸이 무겁다 엉덩이에 손을 대보니 마치 물침대 위에 올라 침대를 만지는 듯
내 몸이 아니였다 갑갑하고 뭐라 표현키 어려운 아주 더러운 기분이다 느낌은 있으나 감각은 전혀 없다
그 순간 바지가 벗겨지는걸 느낄 수 있었다 다리 수술인데 바지까지 벗기는게 납득키 어렵지만 간호사들까지 보는
앞에서 속옷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 드러나는 기분은 마취의 느낌보다 더 더러웠다
잠시 후 숨쉬기 힘드냐는 간호사의 질문에 그렇다고 하니 깊게 들이쉬고 뱉으라 한다
이윽고 수술이 시작되었는지 발가락에서 느낌이 오기 시작했다
두들기는 소리, 써는 듯한 소리... 모든 소리와 느낌은 그대로다
전신마취는 자고 깨나면 수술이 끝난다고 하는데....
간호사가 헤드폰을 쓰겠냐며 가요를 틀어 주었지만 느낌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부러진 뼈를 잇기위해 핀을 박고 인대를 제 위치에 잡아주기 위해 묶는다고 한다
입원실에 돌아오니 수술부위의 통증이 심하다
무통증주사액을 맞고 있어도 통증은 심했다
사흘 후 깁스를 하면서 10일 후에 수술부위의 실을 뽑아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6주 후 깁스를 풀긴 하지만 발은 3개월 이상 사용치 말라고 한다
6개월 후엔 핀을 뽑는 수술을 다시 한다고 한다
그 때도 하반신마취를 하고 같은 방법으로 수술을 진행하다고 한다
그 더러운 기분을 또 다시 경험해야 한다는 생각에 못내 씁쓸하다
그런 와중에 어릴 적 한 때나마 부러워했던 친구의 모습을 떠올리며 전혀 부러워 할 일이 아니였다는 사실에 웃음이 난다
아직도 목발이 익숙치 않고 힘들다
씻는 것도, 입는 것도, 먹는 것도, 잠간의 외출 조차 버겁다
집사람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어줘 미안하기도 하다
간단한 일 조차 아이에게 시키려니 그것 조차 미안하다
그래도 짜증 한 번 안내고 곁에서 도와주는 가족의 사랑에 다시금 내가 진정 누구를 사랑하고 지켜야 할 사랑이 누구인지를
깨달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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