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어린이날엔 어떤 이벤트를 준비해 줘야 하나 싶던 끝에 여기저기 기웃거려봐야 사람에 치일거라는 것 외엔
딱히 눈에 띄는 이벤트가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에게야 놀이공원이 1순위 인지라 할 수 없이 아이의 의중을 물었다
"어린이날 뭐 하고 싶어? 놀이공원에라도 갈까?"
"그 날 놀이공원가는 바보가 어딨어? 사람구경하러 가게?"
"흠... 그럼 ..."
"별로 가고 싶은 곳은 없어 그냥 집에 있어도 상관없어"
기특한 생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뭔가를 해주고 싶은게 부모의 맘인거 같아서
"그럼 우리 축구장이나 야구장에라도 가볼까?"
"축구장은 그렇고 야구장은 괜찮아 두산경기면 더 좋고 대신 자리가 내야석에서 멀면 싫어"
그 동안 틈틈히 야구경기를 보며 내 곁에서 야구룰을 익힌터라 야구경기에 재미를 붙였던 모양이다
다행히도 5월 5일 잠실 구장엔 LG Vs. 두산의 경기가 예정이다
하지만 표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할 수 없이 암표라도 구할 생각으로 온라인을 뒤지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웃돈을 붙여 표를 내놓았다 대략 좌석에 따라 달랐지만 시가의 두배 가격으로 나왔다
이미 매진이 된 상황이라 현장에선 일반석 암표뿐이라 너무 멀어 아이에겐 재미가 없을 듯 해 제외하다보니 표값이 부담이 된다
더구나 조카 녀석 한 명이 더 붙어 표값이 부담되었지만 그마저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행히도 운좋게 1시간 전에 내놓은 표가 있어 접촉을 시도했다
이전 온라인 거래에서 크게 당한 적이 있었지만 요즘엔 안전거래시스템이 도입된 덕에 물건을 확인후 송금할 수 있어 다행이였다
그런데 거래를 시작하면서 판매자가 학생이라는 사실을 알고나서는 약간의 고민이 생겼다
사정상 못가게 되었다고 말은 하지만 프리미엄을 붙인 가격을 보고서는 거래를 중지할까 말까를 두고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유야 어쨋든 어른들에게서 배운 것일테지만 이런 암거래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챙기려는 학생을 내가 거들고 나선다는 생각이 앞선다
능수능란하게 거래방식을 꿰뚫고 있는 것을 볼 때 처음은 아닌 전문가의 수준이란 생각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나서서 어찌 해 볼 수 없는 상황이고 그런다고 학생의 마음이 돌아서는 것도 아니고...'
갖은 변명의 구실과 함께 야구장에 간다는 기대를 잔뜩하고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현실을 받아들이자는 편한 쪽으로 맘을 돌리면서
결국 거래를 마쳤다
야구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다시 한번 암표를 팔았던 학생이 생각난다
뭔가 죄를 진 듯한 마음을 떨칠 수 없어 찜찜하던 차에 만약 판매자가 성인이였다면 같은 생각을 했을까 싶은 생각이 떠오른다
똑같은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성인이면 괜찮고 학생이면 안된다는 판단은 도대체 뭘까?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있는데도 판매자만 탓하고 구매자인 나에 대한 탓은 전혀 생각지도 않는
나의 이러한 모순적인 생각 자체가 더 웃긴다는 생각에 어이가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