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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넌방/살며 사랑하며

취미생활

by 뚜시꿍야 2010. 11. 22.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이 선호하는 취미생활을 하나 쯤은 갖기 마련이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그 취미생활을 은연중에 인생과 비유하면서 취미생활의 당연성을 역설하기도 한다

등산을 하는 사람들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기 마련이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평소의 훈련만큼 실전에서 보상을 받게 된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월척을 잡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기다리는 과정에서의 자기 수양이다...

물론 취미생활만이 아니라 자신의 직업을 통해서도 인생과 비유하는 사례는 많다

연기자도, 생활의 달인도, CEO도, 시장의 장사꾼들도 모두가 자신의 직업에서 얻은 지혜를 통해 삶을 투영한다

 

나에게도 나만의 취미생활 중에는 바둑이 있다

긍정적인 사람들은 바둑을 통해 자신의 수양을 쌓는다 하고 부정적인 사람들은 도박과 같아 중독에 빠진다고 한다

하지만 취미생활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에게 중독성이 없다면 그 어떤 취미생활이 지속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들 역시 바둑을 인생과 비유하는 것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돌 하나 하나에는 그 만한 가치가 있으며, 기다릴줄 알아야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며, 작은 것에 집착하면 큰 것을 놓치게 되며,

적당한 시점에서는 타협을 할 줄 알아야 하며, 초반에 많이 이겨 놓으면 반드시 지게 된다는 말 등 참으로 다양하다...

아마도 나 역시 나만의 자위를 통해 바둑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동안 많은 오프라인에서의 모임이 있었지만 실제로 참석하여 대면한 경우는 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횟수에 지나지 않는다

여느 모임과 마찬가지로 모여서 수인사하고 가무를 즐기다보면 하룻밤이 짧았단 느낌이다

그런데 이번 모임은 가무를 즐길 환경이 아니여서인지 차분했고 이전의 모임과는 달리 그 느낌이 새로웠다

물론 몇 몇 회원들(목소리 큰 ㅎㅎ)의 불참 덕이라고 한바탕 웃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연륜이란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은 느낌을 많이 받았고 쉬이 얻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란 생각을 갖게 한다

LA에서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오신다는 초롱하나님을 생각하니 핑계를 대고 불참하는 것이 왠지 부끄러워 참석키로 했다

 

일색(一色)바둑 - 선돌 사범님

그 동안 바둑을 두면서 제일 어려웠더 점은 수읽기 였다

프로들은 100수 이상의 수를 어떻게 읽는다는 것인가 싶었다  아무리 훈련되고 노력을 많이 한다해도 그 많은 변화의 수를 어떻게 반집까지

읽어낼 수 있을까 싶었던 의문이 풀렸다 

한 수 한 수의 변화를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컴퓨터의 폴더에 저장되어 있는 스냅사진을 불러오듯 한 수의 착지에 해당되는 변화가

머릿속에서 그려지며 그 결과가 사진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많은 스냅사진을 기억하려면 그 만큼의 훈련과 뇌의 구조가 일반인

들과 다르다는 것이다  마치 암산왕이나 기억력의 달인들이 문제를 풀어나가듯 말이다 

대표적인 예가 박영훈 프로의 일색바둑이라고 한다

과연 흰돌(검은돌) 만으로도 대국을 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어느 것이 내돌이고 어느 돌이 상대돌인지?

어느 것이 사석이고 어는 곳이 내 집인지?

그게 정말 구분이 가능할까?

그런데 박영훈 프로는 그렇게 훈련을 했고 그것이 프로의 세계라는 것이다

그래서 고수는 수를 읽지만 하수는 어느 곳에 두어야할 지를 고민한다는 말이 생겨났는지도 모르겠다

지금껏 바둑을 두면서 복기가 왜 중요한지 대국 후의 검토가 왜 중요한 지를 알게 되었고 수를 읽는 다고 한 수 한 수의 변화를 머릿속에

그려내려는 하수의 수읽기가 부끄러워지려는데 선돌님이 마지막으로 일갈하셨다 

하수라고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다  1급은 1급답게, 1단은 1단 답게 바둑을 두다보면 기력이 늘어나지만 1급이 5단처럼, 1단이 9단처럼 바둑을

두려고하면 절대 기력이 늘어날리도 없지만 남의 바둑이 될 뿐 자기 바둑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범님 또한 지금의 기력을 얻기위해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해준다

프로가 될 수도 없고 9단이 될 만큼의 욕심도 없지만 바둑에 대한 새로운 눈이 떠지는 순간이였다

 

유료회원과 무료회원 - 두더지 사범님

갑자기 유료회원이 되면 형세판단을 할 수 있어 좋다  아니다 형세판단 기능이 오히려 자기 훈련에 있어서는 방해 요인이다 옥신각신

하는 동안 두더지 사범님이 유료회원을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대해서 말씀해 주신다 

온라인 바둑 사이트는 그 수익구조가 일반 비지니스모델에 비해 폭이 좁다

유료회원이 되면 많은 부가기능이 있어 좋겠지만 그 보다 먼저 생각할 문제는 바둑을 두는 사람으로서 편하고 쉽게 바둑을 둘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사이트에 우선 감사해야 한다  과거 네오스톤이 자멸한 경우도 수익성이 좋지 않아 수익모델을 만들려다 보니

회원들에게 불편을 주게 되었고 그것이 파산의 빌미가 되어다는 것이다  지금 타이젬에서도 살쑤회원들만을 놓고 볼 때 유료회원은

3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사업은 수익을 근본으로 하기때문에 유료회원이 적으면 자구책을 위해서라도 수익모델을 찾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이 회원들에게는 불편한 모습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최소한 바둑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볼 때 유료회원은 사이트의

건전성과 편의성을 보장받기도 하지만 바둑을 둘 수 있는 유익한 환경을 만들어줌에 대한 최소한의 감사의 표시로 먼저 받아들여야한다

얼마 전 유료회원기간이 만료되어 재 등록하지 않았던 내 자신을 생각하니 취미생활에 대한 내 자신의 자세가 부끄러원진다

 

닉과 본명 - 우인 사범님

고속버스를 타고 충주에 도착하여 픽업을 부탁하기위해 희찬님께 전화했다

조약돌님이 나갈테니 우선 두더지님께 전화해서 함께 오라는 내용이다

아무생각없이 보내준 전화번호로 두더지사범님께 전화를 걸었다  상대방이 "여보세요" 한다

그런데 갑자기 '두더지님이시죠?' 하려니 말이 나오질 않는다

분명 사범님은 연세가 있으신데 본명을 모르니 '000 형님이시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두더지님이시죠?' 하려니 영 입에 붙지를 않았다

라고 술자리에서 우스갯소리를 했더니 온라인의 모임이 오프라인에서 만날 경우 생기는 웃지못할 상황이라는 얘기다

어느 카페의 회원이 장례식장에서 본명을 모르니 닉을 부를 수 밖에 없었는데 그 닉들로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진 얘기도 생각난다

저승사자, 지화자, 얼씨구 좋다 ... 장례식장에서 부를 호칭이 아니였던 것이다

우인 사범님께서도 그 동안 이런 문제에 대한 많은 생각이 있으셨다고 하시면서 최소한 오프라인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들끼리만이라도

본명을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시며 명찰에 본명을 적기 시작했다

사실 그 동안 나역시 친하게 지내왔던 회원들의 본명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몇인가 싶다 ㅎ

 

모임에서 회원들의 얼굴을 마주하니 반가웠고 다음 날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참석하시고 새벽에 떠나시는 님들의 모습을 바라보니  

각자의 생활에 열심인 모습들이 너무나도 기뻤다  준비 해 놓은 다양한 음식들 또한 그 정성에 감사드리며 후배들의 기력을 위해 힘든 걸음을

해 주시고 노구(老軀)의 몸(?)으로 밤새 지도대국과 고마운 말씀을 들려주신 빈삼각 사범님을 비롯한 많은 사범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준비해 주신 임원진님들께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배드민턴 대회를 위해 아침 일찍 떠나야 했던 기수기님께서 절 터미널까지 데려다 주시느라 많은 시간을 지체하게 되어 미안스러움과

함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모임에서 뵙지 못한 님들도 다음에 더 좋은 기회로 뵐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DdooSiKkoong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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