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끔찍한 주말...
토요일 늦은 시각에 퇴근하면서 출출하던 배를 채우기위해 동네의 신의주 순대국집에 들러 소주 1병과 순대국...
내게는 이보다 더 좋은 식사가 없겠다
맛나게 먹고 집에 들어와 씻고 담배를 한 대 피우러 나왔다
그 때가 저녁 10시 30분 경...
반대편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려 윗층에서 누군가 뭔갈 떨어뜨렸겠거니 싶었는데...
정말이지 차마 못 볼 걸 보고야 말았다
딸아이 또래 정도의 여중생 신발 한짝과 함께 엎어진 모습...
피는 한 방울도 없었다
곧이어 경비 아저씨가 신고를 하고 주민 몇 분이 뛰쳐나왔다
잠시후 앰블런스와 함께 경찰도 왔고 사건현장을 보존하려는 듯
15층의 주민들은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안내방송이 이어졌다
담배를 물었던 손이 다 떨리고 가슴이 쿵쾅거리며 뛰는데 진정을 할 수가 없었다
교복에 달린 이름표를 확인하고 뒤이어 경비 아저씨의 말로는 이곳 주민이 아니라고 한다
곧이어 유서도 발견되었다고 한다
'엄마, 아빠 미안해요...'
라고 씌였다고 경찰 한 분이 말씀하신다
부들부들 떨리는 발걸음으로 집에 들어온 나는 바로 딸 아이의 방을 열어봤다
다음주 부터 시험기간이라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방문을 닫은 뒤로도 소파에 앉았지만
아직도 쿵하는 소리와 함께 쿵쾅거리는 가슴을 달래질 못했다
'엄마, 아빠 미안해요...' 라는 문귀를 생각하면 할수록 심작박동은 더 빨라지고 눈물이 맺힌다
도대체, 왜? 부모가슴에 못을 박아가면서 ...
아이는 유서를 쓰면서, 또 뛰어내리기 직전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란 생각을 하면할수록
흘러내리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잠시후 딸 아이가 아침부터 공부했다면서 한 밤에 태국서 있었던 'K-POP' 프로그램을 보겠다며 나왔다
그 시간에 친구들과 카톡을 하면서 노래를 들으면서 마냥 낄낄대는 딸아이의 모습을 눈이 시리도록 담았다
'아빠, 왜 그렇게 쳐다봐?' 란 말을 들은 듯도 하다
너희 학교엔 "일진회나 칠공주 없냐?
왕따 당하거나 폭력을 당한 친구는 없었느냐?" 물었고
노래에 푹 빠진 아이는 웃으면서 있다고 건성으로 대답한다
나도 쇼프로그램에 자연히 몰입하면서 아이와 요즘 아이돌에 대한 화제로 얘기는 이어졌다
12일날 '상암월드컵 경기장'서 드림 콘서트 티켓 예매를 하느라 무척 고생했단 얘기도
친구들과는 같은 자리가 아니라 각자의 팬클럽이 위치한 자리로 예약했고
딸 아인 '인피니트' 팬클럽 자리라고 한다
객석이 모두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고 같은 팬클럽의 회원이고하니 어색할 꺼리가 전혀 없다면서 웃는 딸 아이...
둘이 소파에 누워 꼼지락 거리자 애 엄마가 늦은 시각이니 그만 들어가 자라고 한다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아인 자기 방에 들어가고 난 한 소리 했다
'심하게 왜 그래?'
일요일 저녁 시사프로그램에선 KBS1과 MBC 모두에서 또 다시 학교폭력에 따른 잇따른 학생들의 자살과 관련된
내용이 방송된다
다시금 어제의 여학생 모습이 떠오르면서 자살하기 전의 아이의 모습과 심정을 생각케 한다
자식의 주검을 접한 부모의 모습도 떠오른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무거움이 가슴을 짓누른다
이 글을 쓰면서도...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 모습을 지울 수가 없을 거 같다
아파트 현관입구에 경찰이 스프레이로 표시한 사건현장 또한 한동안 남아있을 것이다
'건넌방 > 살며 사랑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빠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 (0) | 2012.07.08 |
---|---|
아가씨, 나 좀 앉아야 겠어... (0) | 2012.05.04 |
차인표 씨의 힐링캠프 (0) | 2012.04.28 |
미드가 주는 즐거움 (0) | 2011.12.14 |
오랜만의 휴식... (0) | 2011.1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