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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넌방/살며 사랑하며

아가씨, 나 좀 앉아야 겠어...

by 뚜시꿍야 2012. 5. 4.

 

 

늘 아침 출근길...

 

허리가 구부정한 80대 할머니가 유모차에 짐을 한가득 싣고 지하철을 타신다

경로석엔 이미 노인분들이 가득한 것을 보고 반대편의 좌석을 향해

"아가씨, 나 좀 앉아야 겠어" 하신다

 

그 소리에 앉아계신 50대의 아주머니 멋쩍은 표정으로

마치 그 순간 본인은 아가씨가 아니란 사실을 알려주려는 듯

옆의 30대 여성을 쳐다본다

미시도 밖에선 아가씨인척을 한다지만 이 순간만큼은 아니라는 듯

30대 여성 또한 옆좌석의 20대 청년을 바라본다

아가씨도, 미시도, 아줌마도 아닌 청년 

바지에 뭐 싼듯한 폼으로 일어선다

 

그러자 30대 여성 우로 밀착하고, 50대 아주머니 또한 우로 밀착하신다 

~

 

 

 

언제부턴가 나 역시도 빈자릴 보면 무조건 앉고 본다

그러다 나이드신 어른을 보면 벌떡은 아니고 엉기적거리며 일어선다

그런데 빈자리가 없어 서서 갈 경우

노인이 앞에 서 계심에도 열심히 폰질하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속으로 마구 욕하게 된다

 

어쩌면 편리함에 젖어 잠시나마의 불편함도 참지 못하고

폰질하는 젊은이의 모습이 내 자화상은 아닌지...

 

 

 

DdooSiKkoong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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