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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넌방/살며 사랑하며

친구

by 뚜시꿍야 2014. 9. 19.

 

 

 

 

총각 시절 친구들은 어떤 근거에서인지 내가 제일 먼저 장가갈 거라고 했다

하지만 스물아홉에 파혼을 경험한 나는 결혼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살다 보니 먼저 장가든 친구 보다 근 8년을 늦게 장가들었다

당시 일찍 결혼한 친구는 졸업 후 군 복무 중이서 형편이 좋았던 것도, 안 보면 죽을 만큼의 열정적인 것도 아니었단 생각이지만...

여튼 친구의 결혼생활은 마치 소꿉장난 같아 보였다

 

친구는 제대 후 무직 생활을 계속할 수 없어 일단 대학원에 진학했고 경제적 자립이 쉽지 않아 고민하던 어느 날이었다

 

친구의 요지는 이러했다

연이어 두 번의 유산도 하게 되었고 아버지는 당뇨로 합병증까지 얻어 무척 힘들어진 상황 

그러다보니 경제적인 문제 뿐 아니라 정신적인 무게감이 커 별별 생각이 다 든다는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자신에게 무슨 사고라도 생기면 어떡하지? 싶은 생각에까지 이르렀단다

그래서 와이프와 이런저런 얘기 끝에 만약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모든 일을 나와 상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언뜻 받아들이기엔 이 친구의 나에 대한 믿음이 크단 생각에 기분이 좋을 수도 있겠지만 당시엔 내가 감당할 만큼의 일인지

나 스스로도 부담되는 말이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벌써 20년이 지난 이야기다

 

이후 친구는 자신의 업계에선 유명인사가 되었고 최연소 이사까지 되면서 아버지의 병치레로 잃었던 아파트 두 채를

자신의 손으로 다시 구입할 만큼 정말 열심히 살았다

그러다보니 만남의 횟수가 줄어들고 연락은 자주 하지만 1년에 서너 번 볼 정도로 서로의 생활에만 충실하다

 

요즘 들어 친구에 대한 갈증이 심하다

친구 뿐 아니라 그의 와이프는 아직도 날 그때의 심정으로 바라볼까?

아니 지금의 나는 그때의 순수함과 열정으로 친구를 대하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DdooSiKkoong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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