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 시절 친구들은 어떤 근거에서인지 내가 제일 먼저 장가갈 거라고 했다
하지만 스물아홉에 파혼을 경험한 나는 결혼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살다 보니 먼저 장가든 친구 보다 근 8년을 늦게 장가들었다
당시 일찍 결혼한 친구는 졸업 후 군 복무 중이서 형편이 좋았던 것도, 안 보면 죽을 만큼의 열정적인 것도 아니었단 생각이지만...
여튼 친구의 결혼생활은 마치 소꿉장난 같아 보였다
친구는 제대 후 무직 생활을 계속할 수 없어 일단 대학원에 진학했고 경제적 자립이 쉽지 않아 고민하던 어느 날이었다
친구의 요지는 이러했다
연이어 두 번의 유산도 하게 되었고 아버지는 당뇨로 합병증까지 얻어 무척 힘들어진 상황
그러다보니 경제적인 문제 뿐 아니라 정신적인 무게감이 커 별별 생각이 다 든다는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자신에게 무슨 사고라도 생기면 어떡하지? 싶은 생각에까지 이르렀단다
그래서 와이프와 이런저런 얘기 끝에 만약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모든 일을 나와 상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언뜻 받아들이기엔 이 친구의 나에 대한 믿음이 크단 생각에 기분이 좋을 수도 있겠지만 당시엔 내가 감당할 만큼의 일인지
나 스스로도 부담되는 말이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벌써 20년이 지난 이야기다
이후 친구는 자신의 업계에선 유명인사가 되었고 최연소 이사까지 되면서 아버지의 병치레로 잃었던 아파트 두 채를
자신의 손으로 다시 구입할 만큼 정말 열심히 살았다
그러다보니 만남의 횟수가 줄어들고 연락은 자주 하지만 1년에 서너 번 볼 정도로 서로의 생활에만 충실하다
요즘 들어 친구에 대한 갈증이 심하다
친구 뿐 아니라 그의 와이프는 아직도 날 그때의 심정으로 바라볼까?
아니 지금의 나는 그때의 순수함과 열정으로 친구를 대하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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